로그인 |회원가입
원주투데이포털 | 6.4지방선거 맛집캘린더
 
  최종편집 : 2015.6.1 월
   
> 뉴스 > 사회 > 이슈
     
집중취재 - 깁스코리아 회생 분투일기 211일
"그래도… 아직 희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2012년 11월 12일 (월)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

지난 10월 30일은 깁스코리아 직원들이 회사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은 지 211일째 되는 날이었다.

지난 4월 2일 오후6시 미국계 유한회사인 깁스코리아 다이캐스팅이 문자메시지로 근로자 135명에게 해고를 통지하면서 이들의 삶은 회사회생을 위한 고단함의 연속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동안 근로자들은 실업급여로 생계를 연명했고 신입직원들은 그나마도 끊긴지 오래됐다. 조합원 외에 협력업체 직원, 가족까지 합하면 1천여명이 거리로 나앉은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가 심해지면서 가정불화로 번져 이혼위기에 처한 직원도 있다고 한다.

해고통보 이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개개인이 받고 있는 직·간접적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깁스코리아 직원들은 아직도 매일 공장에 출근하며 아침 청소는 물론 공장 설비에 기름칠하는 등 회사가 회생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10년에서 30년 된 숙련공들로 해고통보를 받고 회사를 떠나기에는 청춘을 다 바친 시간과 열정이 아깝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자본이 나락으로 몰아

파산한 깁스코리아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1997년 말 IMF가 공식적으로 한국에 구제금융을 실시했고 산업전반에 구조조정이 일어나면서 한라그룹도 이듬해 부도를 맞았다.

자동차 부품으로 쓰이는 알루미늄·마그네슘 주조 부품을 생산하는 깁스코리아는 1999년까지만 하더라도 (주)만도의 다이캐스팅 사업부문이었지만 모기업인 한라그룹 부도로 (주)만도 각 사업장은 분할 매각하는 처지로 몰렸다.

결국 경주공장은 프랑스계 발레오에, 아산공장은 스위스은행인 UBS에, 평택공장 일부가 일본계 와코브에, 평택공장 나머지와 문막·익산공장은 미국계 금융회사인 치어스맨하탄에 매각됐다. 깁스코리아 근로자들은 "당시 한라그룹이 문어발식 경영을 펼치면서 흑자기업이었던 만도도 회사가 쪼개지는 아픔을 겪었다"고 회상했다.

   
▲ 홍기상 깁스지회장이 노조원들의 수고로 회사 운영이 당장이라도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자본 깁스는 만도 다이캐스팅 사업부문을 인수했고, 2000년부터 깁스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사업장을 가동했다. 깁스코리아는 설립초기 300억원 규모의 매출로 시작했다. 만도 직원들을 전원 고용하는 모양새는 갖춰 외부에서 보면 쓰러져가는 회사를 일으키는 구원투수로 비춰지기도 했지만 열악한 근무조건을 강요하고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등 이윤창출에 몰두했다.

만도 다이캐스팅 사업부문에서 갖췄던 자동화설비를 매각하고 수동식 설비로 공장을 재편했다. 근무형태도 2교대에서 3교대로 전환하며 노동강도가 상승했다. 홍기상 전국금속노조 만도지부 깁스지회장은 "2교대일 때는 아침8시30분 시작해 저녁5시반에 끝나고 밤9시에 시작해 새벽5시반이면 끝났지만 3교대 24시간 체제로 전환하면서 시간 개념이 무너졌다"며 "산업안전관리공단의 정밀관찰대상 사업장으로 분류됐을 만큼 산업재해가 비일비재 했다"고 말했다.

만도지회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의 70%가 협착사고에 의한 손가락 절단, 뜨거운 기계 설비로 인한 화상, 소음과 관련한 청력손실, 근골격계 질환 등을 겪었으며, 손가락 절단사고가 가장 많았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깁스는 만도 다이캐스팅을 인수하면서 무노조 입성원칙을 펼쳤다. 기업 인수의 첫 번째 조건이었기 때문에 근로자들도 이를 수용했고 노동강도가 심화되고 산업재해가 빈번히 일어나도 감내했다.

하지만 2년간 고용보장이 끝난 뒤 경쟁사와의 가격경쟁력 확보라는 이유로 깁스코리아는 직원 40% 이상 정리해고와 연봉 삭감을 밀어 붙였고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이를 막았다.

이후 사측은 구조조정과 복지 축소를 해마다 반복적으로 요구했고 2007년 깁스가 중국 진출을 추진하면서 적자협박은 본격화 됐다. 결국 중국공장 신규설립 후 깁스코리아는 지난해 말 회사 매각을 발표하고 지난 5월 공식 파산됐다. 현재 서울지방법원 파산부에서 매각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업성 밝아 희망은 있다

회사는 파산했지만 깁스코리아는 사업전망이 밝다. 지난 4년간 국책사업으로 지식경제부가 주관하고 현대차와 포스코 등이 참여했던 '서브프레임' 기술개발이 완료돼 시험단계에 있는데 본격적으로 양산되는 2014년부터는 1천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게다가 '도어몰딩'이라는 기술을 개발했는데 원주시에서 8천만원, 강원도에서 3억원을 투자한 것도 이 두 기술의 전망을 밝게 보았기 때문이다.

홍 지회장은 "서브프레임 기술은 현재 99%까지 완성된 기술로 완성차에 장착만 하면 되는 것"이라며 "이 기술은 자동차 선진국 보다 뛰어나다"고 말했다.

홍 지회장은 "최근 정부에서 탱크나 장갑차 경량화를 위한 기술업체를 모집한바 있는데 기술력이 부족해 어느 업체도 응모하지 못했다"며 "깁스코리아가 회생되면 자체 기술력으로 충분히 방위산업에 진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100여명의 조합원들이 아직도 새 직장을 구하지 않고 깁스코리아를 떠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기술자산과 인적자산이 풍부해 인수업체가 나타나면 승승장구 할 수 있기 때문.

   
▲ 전체 깁스노조원들이 회사 회생의 마음을 담은 대자보를 만들어 공장앞에 걸어두었다.

한 노조원은 "우리가 회사를 떠나지 않는 것은 미련이 남아서가 아니라 회사에 희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직원들이 매일 같이 출근해 회사를 청소하고 기름칠을 하는 것도 결국은 회사가 언젠가는 가동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근로자들은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깁스코리아 살리기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원주시민 1천여명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홍 지회장은 "회사를 살리려는 노력들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 때마다 주위 분들의 격려로 힘을 얻는다"며 "깁스문제가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내 자신의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 근로자들을 더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자들은 구체적으로 원주시가 기업유치 특별조례의 수혜범위를 이전기업 뿐만아니라 인수하는 업체에도 확대 적용해 깁스코리아 인수가 순조롭게 추진되길 바라고 있다.  

깁스코리아 회생, 시민사회도 나섰다
원주시민 1천명 생존권 달린 일…문제 해결 대책위 구성

   
▲ 지난달 26일 깁스코리아 매각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대책위를 구성하고 행동에 나섰다.

깁스코리아는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의 1.5순위 밴더업체다.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지속적이고 대량으로 납품하는 순위를 매기자면 1순위가 (주)만도이고 깁스코리아는 1.5순위 정도 되는 것. 2순위 밴더업체에 비해 깁스코리아는 질적이나 생산물량에서 훨씬 우위를 점하고 있다. 파산직전만 하더라도 통상 생산량의 30% 정도를 (주)만도에 납품했다.

게다가 국산 자동차 스티어링 휠은 대부분 마그네슘 재질로 생산하는데 국내 물량의 70%를 깁스코리아가 소화했다. 이처럼 다이캐스팅 부문에서 기술력이나 생산력으로 따지면 전국 어느 회사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이러한 알짜배기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매수하려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구매처 확보가 어렵기 때문.

홍 지회장은 "제3의 인수자가 나서서 신생 부품업체처럼 경쟁사를 뚫고 안정적인 구매처를 확보하기란 엄청난 시간과 투자비용이 소요된다"며 "완성차 업체에 대규모 물량을 납품하는 만도같은 회사로부터 일정량의 구매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깁스 인수에 나서는 이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깁스 직원들은 (주)만도가 다시 깁스코리아를 인수하길 바라고 있다. 만도 문막공장 위치상 깁스코리아가 정중앙에 있고, 또 깁스코리아 지하에는 문막공장이 가동하는데 필요한 전력선과 에어컨 설비가 매설돼 깁스와 만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구조도 근로자들이 바라는 만도인수 당위성에 근거가 되고 있다.

사측의 고용해고 통보이후 임직원들은 한라그룹이 깁스를 이대로 방치해 두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라그룹 본사를 찾아가 투쟁을 벌이기도 하고 직원들이 1인시위를 이어가기도 했다. 말은 투쟁이었지만 사실상 다시 한 가족이 되고 싶다는 일종의 구애였다. 지난 6월 깁스코리아 공장 앞에는 135명의 직원들이 소원을 대자보 형식으로 일일이 붙여놨는데 대부분 내용은 한라그룹이 다시 깁스를 인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원주시도 직원들 노력에 도움을 주었다. 깁스지회 노조원들은 지난 6월 원주시가 중재해 한라그룹이 재인수를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원주시는 (주)만도 성일모 부사장을 만나 재인수를 부탁했다. 이 자리에서 성 부사장은 "만도 경영상 재인수는 불가능하며 대신 운영상 어려움이 없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재인수 불가 발표 이후 민주노총 원주지역지부, 성공회 나눔의집,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참교육학부모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깁스코리아 문제 해결을 위해 대책위를 구성했으며, 김기선 국회의원도 노조원들과 만나 한라그룹과 면담이 성사되도록 도와주기로 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쌍용차 사태로 인해 23명이 자살하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는데 깁스 문제가 이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노조원들의 회사회생을 위한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시민사회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원주투데이(http://news1042.ndsoft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기획특집: 시민의 발 시내버스, 인구
사건사고 브리핑
귀래 사랑의집 48년 악연 끊었다
4월 원주지역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제16회 장미축제…축하공연·체험행사
행구동 아파트 거래현황…현대아파트 3
제11회 청소년축제 성황
원주천에서 수달 서식 목격
(주)인성메디칼 원주 이전 지역주민
원주문화재단,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강원도 원주시 서원대로 158 5층(단계동)  |  대표이사 오원집  |  Tel : 033)744-7114 / Fax : 033)747-9914
발행인: 심형규  |  편집인: 오원집  |  등록년월일: 2012년 4월 9일  |  등록번호: 강원 아 00125  |  사업자등록번호: 224-81-11892
Copyright 2009 원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jtoday1@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