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다. 이에 앞서 시민들 관심을 높이고, 세계 협동조합 현황과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기획재정부에서 추진하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마련에 있어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와 부인 베라 자마니 교수 부부가 한국에 초청됐다. 자마니 교수 부부는 지난 1일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단 조찬 간담회에 참석한데 이어 오후에는 원주를 방문했다. 중앙동 원주밝음신협을 방문한 자마니 교수 부부는 원주한살림매장과 밝음신협, 무위당 기념관, 원주의료생협을 둘러본 뒤 원주협동조합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자마니 교수 부부는 원주협동조합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난제극복을 위한 조언을 했다. 이후 원주협동조합 관계자들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가치·이념 공유
대기업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것 찾아야

원주의 협동조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베라 자마니:  원주 협동조합 네트워크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역에 있는 작은 조합단체와 같은 가치를 지향하는 단체가 네트워크화된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후 한국에서 바람직한 협동조합 연합회 모델을 찾는다면 원주가 될 것이다. 협동조합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부터 협동조합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이탈리아는 1854년 최초로 협동조합이 생겼지만 본격적 연대 운영이 된 것은 1886년부터이다. 협동조합이 효과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네트워크를 구성하게 되면 전체적 운영에 따른 문제나 개별적으로 보지 못한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이 협동조합의 지속과 성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은 행정적 위치에 따라 네트워크를 구성하는데 보통은 분야별이나 지역별로 있다. 이를 통해 지역 비즈니스 등 지역에 맞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다. 분야별이나 지역단위 연합회도 더 큰 상급단체가 필요하다. 국가 단위의 우산 같은 상급단체는 전국적으로 수도권이나 거점도시 1곳 정도 두어 정치권이나 중앙정부를 상대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갖춰질 때 협동조합의 큰 틀이 완성될 것이다.

스테파노 자마니: 두 가지로 말하겠다. 첫 번째는 한국은 협동조합에 대해 아직 잘 모르고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어떤 것이 바람직한 모델인지 모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사람을 협동조합이 앞선 지역으로 데려가 공부를 시켰으면 좋겠다.

두 번째로는 2007년 제정된 한국의 사회적기업관련 법이다. 이탈리아는 2006년에 사회적기업관련 법이 생겼다. 한국과 이탈리아는 시간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이탈리아는 방글라데시 미소금융으로 유명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의 아이디어를 받아서 사회적 공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필요하다는 개념을 받아들였다. 최근 유럽연합에서도 이와 관련된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럽 전체 측면에서 사회적기업 운영이 지역과 국가 경제에 유익한 공식과 해법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운동과 가치로써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이에 대한 연구 자료도 많아서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서로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사촌지간으로 여겨야 한다. 같은 가치와 이념을 공유하고 있다. 한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이라고 해서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합회로 묶긴 어렵겠지만 같이 성장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로 봐야 할 것이다. 한국의 사회적기업 수가 얼만큼인지는 모르지만 이탈리아는 사회적기업의 수가 적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는 사회적으로 큰 영역이 될 것이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상호 연동하고 함께 가야하는 이유는 서로 활동하는 부분과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협이나 소비자협동조합 등은 훌륭하게 활동해도 조합원을 많이 갖고 운영을 해야하므로 사회적기업이 될 수 없다. 반대로 몇몇 의사들이 함께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나 학자나 법률인 단체 등의 사회적기업은 소수의 인원으로 충분한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간에 연계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다. 당부하고 싶은 건 이미 사회적기업관련 법이 5년이상 시행된 시점에서 협동조합에 관한 새로운 법이 운영되는데, 갈등이 아닌 새로운 기회와 서로 도울 수 있는 사회적 경제영역이 확장되는 기회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한국의 협동조합이 가치적. 사업적 측면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스테파노 자마니: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만났을 때 어려움이 있지만 어떤 부분에선 중소기업에 유리한 경우도 많다. 대기업 근무자는 불만족이 많아 노조나 파업 등 집단행동이 있지만 협동조합은 그렇지 않다. 만일 협동조합이 그러한 성격을 띄게 되면 문제가 될 것이다.

또 한가지 보면 협동조합 자체가 제대로 운영되면 복지나 사회운동과 같은 긍정적인 부분을 가져온다. 하지만 기업이 커지면 사회에 부정적인 효과를 유발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정치인들이나 정부에서 이미 알고 있다. 예를 들어 환경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은 기업들이 유발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어려움은 많지만 대기업의 약점을 잘 찾으면 훨씬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베라 자마니: 협동조합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차별화가 필요하다. 기존 기업이 하는 일을 같이 하려고 하면 더 어려워질 것이다. 먼저 가치있고 의미있는 것에 대해 캠페인하고 전파하는 것이 좋다. 유기농 운동이나 윤리적 물건 소비 장려는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협동조합은 기업과 달리 신뢰로 움직이기 때문에 양보다는 질을 강조하면 좋다.

서비스 분야가 협동조합 강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에서도 프랜차이즈 사업 등을 통해 일부 서비스업을 하고 있지만 대기업 강점은 서비스업이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을 보육하고 관리하고 윤리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협동조합이 할 때 경쟁력이 있다. 협동조합이 잘할 수 있는 산업과 업종이 무엇인지 찾아서 집중하는 것이 전략이다.
　
볼로냐는 창조도시로 유명하다. 문화적 예술적 환경들이 협동조합의 발달과 신뢰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진 않았는가?
스테파노 자마니: 당연히 맞다.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람의 활동을 볼 때, 예술적 부분에 대해 중요하게 여기고 공유하려 한다. 예술분야만큼 협동이나 협동조합 방식이 필요한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는 르네상스 등 예술이 활발해왔는데, 이런 것들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작가나 예술인들의 자유로운 생각이 필요하다. 이탈리아도 독재정치가 있었고 러시아 지배하에도 있었지만 예술인과 미술가, 작가, 화가들은 독재시기에도 창작의 자유가 보장됐다.

두 번째로 경쟁을 통해 예술이 발달할 수 없다. 화가 2명을 불러 그림을 그려서 누구 그림이 좋은지 판단한다면 진정한 화가는 그리지 않을 것이다. 타인의 작품도 인정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예술은 Art, 예술가는 Artist, 장인은 Artisan, 이 단어 앞에 있는 art의 어원은 그리크어에서 나왔다. 그 의미는 진실이다. 진실한 사람들이 협력했기 때문에 협동조합이 확대될 수 있었을 것이다.       
 

스테파노 자마니는?
협동조합 분야 세계적 석학

지난 1일 원주를 방문한 스테파노 자마니(Stefano Zamagni) 교수는 협동조합에 관해 세계적인 석학으로 손꼽힌다.

파르마대학, 존홉킨스대학, 밀라노보코니대학을 거쳐 현재 볼로냐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2001년에는 AICCON(이탈리아 비영리 문화 협력 진흥 협회) 대표를 맡았으며, 2007년에는 Agenzie per Leonlus 대표를 맡았다. 사회적경제 석학으로 볼로냐 지역의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에 큰 힘을 보탰다.

같은 볼로냐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부인 베라 자마니(Vera Zamagni) 교수와 공동으로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를 저술한 바 있다.

이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