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지식경제부 장관이 원주에 들러 다녀간 곳은 중앙동의 어느 6층짜리 허름한 건물이었다. 며칠 전 유력한 대권 후보 중 한 사람인 안철수 후보가 원주에 들러 만나고 간 사람들은 오랜 기간 지역에서 협동조합운동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일주일에 2~3 팀이 원주를 찾는다. 한 팀이 20~40명에 이르기까지 한해 2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중앙동 밝음신협 건물을 찾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에서부터 공무원, 주부, 단체 회원, 국회의원과 장관, 대선후보에 이르기까지 원주의 협동조합을 배우겠다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고 있다.

그 바람에 원주지역 협동조합의 연합체인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사무국은 활동가를 한 명 더 채용하고도 방문하는 사람들을 안내하느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스페인의 몬드라곤, 이탈리아의 에밀리아로마냐와 볼로냐, 캐나다의 퀘벡이 있다면 한국에는 원주가 있다. 원주의 협동조합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은 원주를 '협동조합운동의 메카'라고도 하고 한 중앙 언론사는 '한국의 몬드라곤'이라고 칭하는데 망설임이 없다.

1972년 영세 상인들의 고리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를 고민했던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은 천주교회 교인 35명을 중심으로 강원도 최초 신용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후 농민들이 생산한 농식품을 도시민과 직거래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한 살림'이다.

이후 원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 공동육아협동조합, 의료생활협동조합 등 다양한 협동조합들이 자발적으로 생겨났다. 이렇게 생겨난 협동조합이 지금 현재 모두 19개 단체, 3만5천명의 조합원으로 연간 총 매출액 184억원에 고용인원만 388명이다.

이들 협동조합들 간의 네트워크가 바로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이다. 육아, 교육, 먹거리, 의료, 일자리, 주택, 문화 등 자신들의 문제를 고민했던 사람들이 스스로 조합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렇게 되기까지 행정의 도움은 없었다. 모두 순전히 주민 스스로 이룬 성과들이다.

최근 협동조합이 부쩍 자본주의의 '대안모델'로 뜨고 있다. 유엔에서는 올해를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정하였다. 서울시는 지난 7월 협동조합축제 난장 개막식에 참가해 협동조합 도시 서울 비전을 선포하였다.

전라남도는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자생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전남도 협동조합 아카데미'를 무료로 개설해 호응을 얻는가 하면 전북, 충북, 경기 등의 기초·광역 지자체도 행정이 주도적으로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나서고 있다.

광명시에서는 협동조합 및 사회적 기업 학교를 8주에 걸쳐 기본, 심화, 창업과정을 개설한다. 완주, 평택, 나주 등은 지역순환경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단체장이 팔을 걷어 부치며 행·재정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모든 도시가 시민사회의 기반과 인적 자원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모두 수년간 자생적으로 성장한 원주 협동조합의 민간 자원을 부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원주시는 우리지역 협동조합의 가치를 모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