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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근대건축물 보존·재생해야
2012년 10월 22일 (월) 최재석 한라대 건축학부 교수 wonjutoday@hanmail.net
   
 

'도시의 정체성이란 다른 도시와 차별화되는 그 도시의 자기다움'이라고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우리말의 '~다움'이란 '~가 지니는 성질이나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원주의 정체성으로서 '원주다움'은 무엇이며, 이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필자는 원주가 고향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원주에서 오래된 농가(農家)를 고쳐가면서 살고 있다. 비록 반쪽짜리 원주생활이지만 인구가 늘어나고 더불어 도시가 확장되는 것을 지속적으로 봐 왔다.

작게는 내가 살고 있는 주변환경의 변화를, 크게는 단계지구를 시작으로, 단구·단관지구, 무실지구, 반곡지구 등 물리적 변화를 보여주는 도시 확장에 이어, 혁신도시지구와 기업도시지구가 동시 유치되는 대대적인 변화를 동시에 보고 있다.

이런 발전의 흐름에 '원주다움'은 무엇이고, 얼마만큼 '원주다움'이 반영돼 왔는지 궁금하다. 한마디로 그저 규모만 커져가고 있지 지역의 가치라든가 주변환경과의 동화(同化)는 찾을 볼 수 없다. 물론 이런 현상은 '원주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여전히 주어진 천혜의 자연환경은 무시되고, 오랫동안 사람들과 더불어 한 곳을 지켜온 근대건축물마저 헐리고 있어, 그 장소가 갖는 역사적 문화적 기억도 상실되고 있다.

아직도 원주를 문화 혜택이 미미한 강원도의 소도시로 알고 있는 답답한 외지인이 있는가 하면 원주에서 군 생활을 했다며 추억의 장소로 반기는 이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종종 '군인극장'이 아직도 남아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지금은 없어졌다고 하면 무척 아쉬워한다.

원주 도심에 반경 몇 백 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극장이 무려 다섯 개나 있었다. 군인극장, 원주극장, 시공관은 이미 헐렸고, 문화극장과 아카데미극장은 폐관 되어 흉물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만큼 많은 극장이 모여 있었던 지방도시는 보기 드물 것이다. 아마도 영화의 거리를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헐어 없어져가는 것은 비단 극장뿐이 아니다.

물론 '군인극장'이 원주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원주다움'을 어느 정도 가진 공간이라 여겨진다. 왜냐하면 군인극장은 원주의 한 시대를 나타내는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고, 피할 수 없었던 전쟁역사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 기억을 군인극장이라는 대상으로 통해 인지하기 때문에 도시공간에서 근대건축물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하겠다.

같은 장소에 정치적 경제적 논리로 새로운 요소만 도입하기를 반복한다면 그 장소가 갖는 혼(魂)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한 도시의 역사적 콘텍스트로서 근대건축물의 보존과 재생은 그 도시가 갖는 특성을 유지하고, 그 도시에 사는 시민들로 하여금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동시에 사회적 자긍심을 갖게 한다.

원주의 정체성을 찾고 '원주다움'을 갖기 위해서는 원주에만 있는 근대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방법들이 원주시 차원에서 제안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선행돼야 하는 것은 원주에 소재하고 있는 근대건축물에 대한 조사다.

조사가 돼 있지 않다보니 근대건축물 보존이나 재생은 논할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건물은 있지만 건축역사가 없는 도시공간은 품격(品格) 없는 한낮 지방 소도시라는 인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도시공간에서 '원주다움'은 근대건축물 보존과 재생만을 통해 가능하다.

근대건축물을 단순히 철거나 해체가 아닌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역사의 흔적을 되돌아보는 여유도 생기고, 그 지역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시민 역량이 모아지기도 한다. 우리는 보잘것 없는 철도역과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물류창고를 다목적 홀로, 탄약 창고를 콘서트홀로 바꿔 지역의 가치를 넘어 세계적 명소로 바꾼 사례를 수도 없이 보아 왔다.

세계 어느 나라 도시를 보아도 근대건축물을 도외시(度外視)하고 도시의 품격을 높인 곳은 한군데도 없다. 그 만큼 근대건축물의 보존과 재생은 한 도시의 인상을 바꾸고 나아가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중요한 자산이기도 하다. 우리는 '원주다움'을 만들 수 있는 당연한 것마저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이라도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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