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벗어나면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은 들녘이 그림처럼 펼쳐진 가을이다. 구불구불한 국도를 따라 천천히 드라이브를 즐기며 풍요로운 가을을 만끽하기 좋은 요즘,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기 때문인지 먹는 즐거움에 대한 갈망이 어느 때보다 크다.

태장1동 동보렉스 7·8차를 지나 언덕을 넘으면 구불구불 시골길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 소초면에 접어들어 조양병원을 지나 횡성 방향으로 10분 정도만 달리면 오른쪽 길가에 '치악골가든'이라는 노란색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지막한 언덕에 올라서면 둥그렇게 만들어 놓은 테이블과 벤치가 정겹게 자리 잡고 있다.

올해로 17년째 '오리숯불구이' 하나만 고집하며 건강한 먹거리 문화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치악골가든' 황선구·함영숙 부부가 환한 얼굴로 맞이한다. 황 대표는 "17년 전인 1996년 3월 처음 문을 열 당시만 해도 오리고기를 먹을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일반화된 고기가 아니다보니 거부감 때문에 식당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지난날들을 회상한다.

포기하고 업종을 바꿀 위기에도 처했었지만 이들 부부는 오리고기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손을 놓지 않고 기다렸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신선하고 좋은 재료만 사용하고 진득하게 원칙을 지키며 손님을 맞이했다. 그러다보니 몇 년 전부터 점점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이들 부부의 진심이 조금씩 통하기 시작했고, 어느덧 20년 가까운 세월을 오리고기를 구우며 자리를 지켰다.

두 부부는 이른 봄부터 눈코 뜰세 없이 바쁘다. 가게 주변 3천306평방미터(1천여평)를 일궈 감자, 배추, 치커리 등 쌈채소를 모두 손수 재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1년 동안 사용할 감자 70여박스와 백김치로 담글 배추, 쌈채소를 저온 저장고에 보관했다가 손님상에 낸다. 적 치커리, 적 겨자잎 등 적색 채소의 살짝 쌈싸름한 맛이 오리고기와 잘 어울린다. 거기다 적 채소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 식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테이블 한 가운데 놓인 큼직한 화덕이 이들 부부의 인심을 말해준다. 화덕 하나 가득 발갛게 피운 숯불위엔 호일로 싼 감자가 익고 있다. 그 위 석쇠위에선 선홍색 오리고기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노르스름하게 구워진다.

고기가 구워지기 직전 황 대표가 진하게 우러난 머루주 한 잔을 권한다. 이 또한 서비스다. 머루주로 입을 가신 뒤, 넓적한 치커리위에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오리고기를 올리고, 부추 겉절이와 얇게 저민 마늘 한 조각을 올린다. 싱겁게 먹는 사람은 그대로 쌈을 싸면 되고 더 간을 하고 싶으면 쌈장을 첨가해도 좋다.

살아 움직이는 듯 신선한 채소와 오리고기의 풍미가 입 안 가득 전해지면 행복감이 밀려온다. 매일 새벽 얼리지 않은 생고기를 손질해서 사용하다보니 육질 또한 남다르다. 오리고기를 먹는 동안 화덕 안에선 감자가 구워진다. 정성이 들어간 음식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땀 흘리며 직접 재배해서인지 어릴 적에 먹었던 그 구운 감자 맛이다.

오리고기를 다 먹으면 8가지 새싹이 형형색색 자리 잡은 새싹 비빔밥이 오리탕과 함께 나온다.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비니 술술 잘 넘어간다. 오가피 등 한약재를 넣고 끓인 오리탕 국물을 간간히 떠먹으니 진국이다.

이곳에서 식사를 하면 '건강'을 그대로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인지 어르신 생신이나 모임 장소로 좋아 가족단위 손님이 대부분이다. 양도 넉넉해 1마리면 3~4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으며, 3마리 이상 예약하면 차량을 운행한다.

함 대표는 "될 수 있으면 예약을 하고 오시는 게 좋다"며 "일찍 고기가 떨어지는 날엔 헛걸음 할 수 있으니 미리 전화 주시면 실수하지 않도록 준비해 놓는다"고 말했다.

메뉴는 오리고기(1마리 3만8천원) 단일 메뉴이며, 점심시간에는 새싹비빔밥(7천원)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할 수도 있다. ▷주소: 소초면 교항리 315-3번지 ▷문의: 732-2723(치악골가든)

임춘희 기자 chunhi2187@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