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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지역공동체를 존중하는 도시
2012년 10월 15일 (월) 제현수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
   

지구상의 어떤 도시도 완전할 수는 없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꿈꾸는 완전한 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끊임없는 과제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공동체와 사람을 위한 균형 잡힌 도시를 어떠한 원칙과 과정을 통해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도시 전문가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이야기할 때 남미의 변방도시 꾸리찌바를 자주 언급한다. 물론 꾸리찌바도 완전한 도시가 아니다.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 문제가 있고 근자에 기존의 정책기조나 지속성의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점은 아쉽기도 하다. 어쩌면 남미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서늘한 기후와 높은 유럽 이주민 비율을 가진 독특한 변방도시의 특별한 사례라고도 치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방문한 사람보다 살고 있는 사람이 그 도시를 더 잘 알고 있다는 것이 확실한 전제라면, 꾸리찌바 주민 99%가 다른 곳으로의 이주를 원하지 않는다는 높은 정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정말 놀랍다. 또 꾸리찌바가 국제사회와 특히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좋은 도시 만들기의 사례라는 점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지금도 꾸준히 찾고 있다는 것을 보면 확실히 살기 좋은 도시임에는 분명하다.

꾸리찌바를 존경의 수도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 도시의 시스템이나 지방정부의 행정이 주민과 지역공동체에 대한 존경심을 토대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르는 것으로 이해된다. 도심의 주요 시내버스 환승터미널마다 설치된 주민센터는 주민과 지역공동체를 배려하고 존경하는 지방정부의 자부심을 충분히 보여준다.

1979년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입된 버스요금제도도 마찬가지다. 공동체 의식과 취약계층의 지원에 대한 주민들의 적극적 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버스요금 단일제는 도심 근거리에 거주하는 중산층 이상의 시민이 원거리에서 통근하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의 요금을 보조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다. 이는 버스 요금의 구조에 공적부조를 하는 사회복지 개념 내지는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수단이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울러 꾸리찌바가 보여주는 검소함과 창조성은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우리 현실에서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 도시도 한때 지하철 건설을 검토한 바 있었다. 하지만 고비용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땅위를 달리는 지하철을 개발하기로 전환했고, 그 결과물이 지금의 굴절형 버스와 원통형 정류장으로 대표되는 꾸리찌바의 버스교통 시스템이다. 지하철과 비교해 ㎞당 100분의 1에서 200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저비용으로 효과적이고 창의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시스템은 현재 많은 대도시들이 도입했고 서울시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사용기간이 지난 버스는 이동교실이라는 이름의 다양한 사회프로그램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도처에 저비용으로 조성된 공원이 분포하고 있다. 행정의 검소함과 창조성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주지하듯이 우리나라의 대도시들은 지하철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지하철 건설과 운행 과정에서 매년 영업수지 적자가 누적된다. 그리고 그 부담이 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는데 정말이지 지하철의 도입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시민을 존경하는 정책결정이었는지를 묻게 만든다.

원주시는 우리의 미래다. 시민들은 항상 미래를 이야기한다. 9월 24일자 원주투데이 신문에 실린 사설과 시평은 복선 철도 완공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최대 호기인 동시에 최대 위기라는 인식에 깊이 공감한다. 심각해지고 있는 지역자본의 역외유출 문제, 양극화의 심화와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 문제, 개발 호기를 틈타 기승을 부리는 땅값과 집값 문제,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를 비롯한 대형 토목 사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도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고 있다. 그 동안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을 도시라고 이야기 했다면 최근에는 인간의 삶과 공존하는 생명체로 도시를 이해한다. 도시가 인간의 삶과 공존하는 생명체라면 분명 존경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오늘이 원주에서 살아가는 모든 시민과 다양한 공동체가 충분히 존경받고, 원주라는 도시가 지속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너무 늦지 않게 준비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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