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노르드베스트팔렌 주의 에쎈시(Essen Stadt)는 도시재생 모델로 전 지구적 유명세를 얻고 있는 도시이다.

인구 52만의 중소 도시인 에쎈은 폐광을 박물관이나 아트센터로 바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을 만큼 특별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탄광 및 중공업 중심의 도시를 지속가능한 발전 도시로 이끌고 있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마련한 독일지방자치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에쎈시를 직접 둘러볼 수 있었는데 도시재생 뿐만 아니라 이 도시의 주민참여 프로그램이 오히려 눈길을 끌었다.

우리 원주시 뿐만 아니라 강원도도 쉽게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하고자 한다. 에쎈시는 최근 '주민도시로 향하여'라는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 '주민도시로 향하여' 프로젝트가 등장한 것은 낮아지는 투표율 때문이었다고 한다. 선거에 참여하지 않거나 이민 등으로 아예 선거권이 없는 주민들을 위해 고민하던 끝에 나온 방법이다.

첫째 이 프로젝트는 공무원이나 시청 산하의 각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재교육에 방점을 두고 있다. 주민이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알고 이를 시정에 반영시키기 위해 현장체험을 통해 주민 요구를 수렴한다는 것이다. 현장체험은 도심 청소부터 NGO 현장 등 다양하다. 일정기간 일주일에 3일씩 현장체험을 하고 있다.

둘째는 NGO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각종 모임이나 단체를 네트워크화 하는 것을 시가 직접 나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도시 내에서 낙후지역이나 공동화지역을 선정하고 이에 대한 재원을 배분하는 것에 대한 결정을 NGO를 통해 내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주민참여예산과 비슷한 제도인데, 에쎈시의 가장 시급한 현안인 낙후지역이나 공동화 지역 개발로 분야를 한정하는 점이 다르다.

마지막으로 '에센 2030'을 전략적 프로젝트화 하고 있다. '에센 2030'은 온라인에서 '대화 카페'를, 오프라인에서는 '대화 버스'를 운영하며 주민 의견을 수렴한다.

에쎈시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원주시와 마찬가지로 구 도심이 공동화 되는 문제였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골몰하다 결국 '주민도시로 향하여'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이 프로젝트 담당 부서가 기획부서가 아닌 도시개발국인 것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공동화 지역이나 낙후 지역 가운데 우선 투자가 필요한 지역을 선정하고 한정된 예산으로 재원 배분을 하려다 보니까 '공무원의 탁상'이 아닌 '주민의 의견'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주민의 의견이 사업과 예산에 직접 반영되기 때문에 무차별적인 의견 개진보다는 조직화 된 의견을 모으기 위해 각종 모임이나 단체를 네트워크화 하기에 이른 것이다.

특히 에쎈시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주민참여예산을 여러 분야로 나누지 않고 도시개발국으로 제한해 효과를 높이고 있다. 원주시는 지난해와 올해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운영하면서 60여명의 주민 대표 등으로 3개의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각종 토론회나 읍·면·동 순회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경로당 프로그램 지원이나 인도블럭 교체 등 대부분 생활형 민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예산을 반영하고 있는데 한 해 10억원 안팎 정도이다. 물론 원주시의 이같은 주민참여예산제도 운영은 국내의 다른 자치단체와 비교하면 월등한 편이다.

민관 협치 가버넌스의 형태가 이제 자리매김 되어 가는 만큼 에쎈시처럼 공동화 지역 개발 등 도시 개발 분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들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도시 개발 사업지를 선택하고 이에 상응하는 예산을 직접 수립하게 된다면 소지역주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에쎈시 도시개발국 직원으로부터 '주민도시로 향하여'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은 이들이 주민 속으로 성큼 들어서는 것을 전혀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시민 참여를 시가 끊임없이 독려하고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더욱 더 많은 참여'가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 민주주의로 꽃을 피워가듯 이제 청년이 되어가는 우리의 지방자치도 '더욱 더 주민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는 시절을 맞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