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느티나무 아래에서 알록달록 화장을 하고 벙거지 모자를 쓰고 누더기 옷을 입은 남녀 각설이들과 준이, 창이, 옥이, 은이 지적장애인들이 함께 노래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춘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해해 웃으며 흥얼거리기도 하고 서로 손을 잡고 껑충껑충 뛰기도 한다. 그들의 모습에서 부끄러움 어색함은 찾아볼 수 없고 즐겁게 노는 천진난만한 웃음뿐이다. 각설이도 순수한 그들의 모습에 반해 더 신이 난다.

옆 천막 아래에서 구경하던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도 같이 각설이가 되고 장애인이 된다. 이 자리에선 누가 장애인이고 누가 각설이 인지 또 누가 비장애인인지 모를 정도로 흥이 나고 하나가 된다.

지난 9월 1일 갈거리에서 노인잔치가 있었다. 점심식사와 놀이한마당으로 구성되었는데 놀이한마당에서 풍물공연 각설이공연 노래자랑으로 이어졌다. 복지시설인 갈거리사랑촌이 흥업면 대안리 갈거리에 개원하고 다음 해부터 매년 마을 노인잔치를 시작한 것이 올해 21회가 되었다.

시설에 계신 어르신만 잘 모실 것이 아니라 마을 어르신도 잘 모시자는 의미에서 마을 어르신들을 시설로 초대하여 노인잔치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마을 어르신 그리고 마을 주민들에게 1년에 한 번 정도 갈거리사랑촌에 방문할 기회를 제공하고 시설과 마을이 교류하여 시설이 마을의 좋은 이웃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번 잔치에는 장수상, 효자상, 효부상 시상이 있었다. 갈거리사랑촌 개원 10주년과 15주년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가 된다. 마을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신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장수상, 부모님께 효자로 소문난 아들에게 효자상, 시부모님을 잘 모신 며느리에게 효부상을 드렸다. 수상자 선정은 2,3리 이장님과 노인회장님 그리고 공소회장님이 모여서 하였다.

마을의 제일 어르신과 효자 효부에게 상을 드리고 격려함으로써 점점 사라져 가는 효(孝) 사상을 함양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어느 수상자 가족들은 꽃을 가져와 축하하기도 하고 지난 번 어느 90이 넘는 수상자 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리시기도 하였다.

지역 주민이 시설의 행사에 함께하는 것은 시설과 지역사회의 교류 및 시설의 개방에 좋은 방법이 된다. 시설과 지역사회의 활발한 교류는 간혹 발생하는 반인권적 혹은 비민주적 시설운영상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교류는 시설이 지역사회 특히 복지 문화의 소외지역인 농촌에 복지 문화 센터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적극 장려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