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원주시는 '행복한 원주 만들기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발표했다. 불법 현수막, 불법 주정차, 불법 노점, 쓰레기 불법 투기 등 사회 법질서를 위반하는 불법을 뿌리뽑자는 캠페인이다.

캠페인이 나온 배경은 원주 중심도로인 원일로와 평원로가 지중화사업으로 새단장 했기 때문이`다. 지중화 뿐만 아니라 도로·인도를 확장하고, 가로화단을 조성하는 등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하는 김에 불법을 완전히 뿌리뽑아 '명품도시'를 만들자는 취지이다.

그런데 캠페인 시작과 함께 도심 곳곳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분산 배치하자고 주장하는 현수막이 거리를 뒤덮었다. 시청 입구와 원주의료원 사거리, 국민체육센터 앞 등 주요지점에 165개가 게첨됐다고 한다.

이 현수막들은 지정게시대에 걸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현수막으로 철거했어야 한다. 그러나 한 달 넘도록 그대로 있다. 이유는 원주시가 불법 현수막이 아니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원주시는 이들 현수막에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제8조'를 적용했다.

'단체나 개인이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표시·설치하는 경우에는 단속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에 해당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아이스하키 경기장 분산 배치 요구가 정치활동에 해당된다고 해도 행사 또는 집회를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실제로 최근 원주시에는 현수막 단속정책이 일관성이 없다고 항의하는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원주시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원주시민의 87.2%가 아이스하키 경기장 분산 배치에 찬성했다. 분산 배치 시 2천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용역 결과도 제시됐다. 따라서 분산 배치 주장은 강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어필하는 방식이다. 현수막으로 도배한다고 해서 강하게 주장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생각이다. 오히려 도시미관을 저해하고, 도시문화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현수막을 대량으로 내걸면 시민들 관심을 끌 수 있고 외부 방문객들에게도 원주의 의견을 강하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일리는 있다. 적은 비용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는 데는 효과적인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안다는 것과 동의하는 것은 다르다. 여론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주민 스스로가 자율적 판단으로 납득하고 동의할 때 생기는 것이지 현수막으로 도배하는 것이 여론은 아니다.

물론 아직 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도시들도 많다. 하지만 원주시가 선진도시를 지향한다면 이제는 성숙하고 선진화된 방법으로 의견을 주장하는 도시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성숙한 도시 문화는 도시 경쟁력과 직결된다. 또한 불법현수막 없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현수막으로 뒤덮는 문화는 개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