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도시 외곽에 터를 잡던 대형마트들이 최근에는 거대한 탱크처럼 도심 안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해보는 것은 다수의 영세 중소상인들이다. 거대한 공룡이 넓은 들판의 풀을 순식간에 뜯어 먹는 것처럼 대형마트는 모든 소비자들을 흡입이라도 하듯이 유혹하고 있다.

물류 생산자이자 소비자이고, 주권자인 원주시민 대중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들 더운 여름날 에어컨 바람 빵빵 나오는 시원한 매장에서 손쉽게 물건을 고르고 싶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행정당국은'우리 고장의 물건을 사주세요' 하며 '신토불이' 홍보만 할 것인가?

필자는 대형마트 원주지역 입점과 관련해 '지역 소상공인들과 같이 잘살자'는 취지로 강원도 및 원주시, 강원지방중소기업청, 대전중기청에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행정당국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적지않은 실망감을 느꼈다. 행정 집행자들은 책상머리에 앉아 뒷짐지고 법률적 검토만 하고, 어느 상인단체가 사업조정신청 자격(상생협상 자격자)이 있네? 없네? 공문만 남발하고 있다.

누가 현실적인 피해자인지, 대형마트 하나가 입점함으로써 지역 소상공인이 어느 정도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는지 조차 파악되어 있지 않다. 지자체 및 소상공인 지원을 하는 단체는 과학적인 기초데이터를 바탕으로 상생협력 정책을 펴야 한다. 법률적 또는 절차적, 형식적으로 합당하면 그만이다는 입장은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이다.

이러한 문제를 강원지방중소기업청에 질의한 결과 어처구니가 없는 회신을 받았다. 사전조정협의회 관할업무는 대전중기청이라는 것. 그래서 대정중기청에 문의하니 그들은 강원도 경제정책과 소관이라고 미뤘다. 그러더니, 또 다시 번복하여 원주시 지식경제과라 한다. 전형적인 업무 떠넘기기다. 관련 부처들의 우왕좌왕 속에 민원처리는 계속 늦어진다.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 소상공인은 시간을 다투는데 시간만 끄니 속이 탄다.

필자는 미비하나마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법률이 엄연히 존재하고, 관련 업무에 대하여 각 부처간 소관업무가 정해져 있으므로, 이러한 업무가 효율적으로 처리되도록 기관 간에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로 소관업무가 아니라고만 하지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공무원이 나서서 속 시원히 민원을 해결해주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처음부터 변명에 가까운 말만 늘어놓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하나의 거대 대형마트가 한 지역에 입점하여 기존의 토종 소상공인들이 경제적 타격을 입는다면 행정당국은 ①지역 소상공인 중 어느 업종이 타격을 입는지, 어느 정도의 타격을 입는지 조사를 해야 한다.(사전조사) ②그 다음에 중기청의 방침대로 지역 내에 피해 입는 소상인들과 사전조정을 거쳐야 한다. ③그 후, 대형마트 등이 지역에 들어오면서 벌어들이는 이익이 얼마 정도 되고, 지역 환원 사업과 관련 어떠한 일을 할 것이며, 어느 정도 환원을 할 수 있는지 협의를 해야한다.(사전조정협의, 자율조정협의) 이러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지극히 합리적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대·중소기업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 입법되어 있다. 그러나 해당법은 대기업 및 대형마트와 소상공인과의 사업조정에 있어 민주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대형마트는 사업조정을 했습니다'라는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 원주를 예로 들어보자.

단계동 00마트는 단 하나의 업체와 사업조정을 완료하고, 이를 상생협력이라 하며, 상생지원금을 주었다. 그러나 바꾸어 생각해보자. 대형마트가 입점하므로써 해당 특정 사업체만 피해를 보는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관련 법률과 행정집행자들의 안일한 태도가 합당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눈앞에 이익에 집착하는 일부 소상공인과 대형마트에게 시민들의 비난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진정한 동반성장, 상생협력을 위해서는 원주 내 대형마트들은 불균형 발전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지역 소상공인들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강원도와 원주시, 중기청이 공정성과 정의로운 상생협력을 진행하는 데 있어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노력들이 누구 하나의 이익에 집중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요즘 유행하는 언어인 "경제 민주화"의 현실적 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