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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범죄, 함께 책임져야 한다
2012년 08월 03일 (금) 정유선 원주여성민우회 대표 wonjutoday@hanmail.net
   
 

연일 30도가 넘는 푹푹 찌는 더위가 절정이다. 뉴스에서는 올 여름 더위가 기록적인 폭염을 자랑했던 1994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한다.

날이 이렇게 더울 땐 뭔가 시원한 소식이 있어야하는데 연일 사회적으로 심각한 "성폭행 살인사건"이 보도되고 있다.

경남 통영에서는 아침에 학교에 간다고 나간 초등학생이 실종 엿새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고, 제주 올레길 여행을 떠난 40대 여성은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마지막 여행이 되어버렸다. 이 두 사건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웃으로 보이는 40대 남성에 의해 저질러진 끔찍한 살인사건이다.

사건이 벌어지자 언제나처럼 경찰을 필두로 해서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대책을 만들어야한다며 부산한 모양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성범죄자 이력시스템'을 구축하고 '성범죄자 알림e'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하며, 경찰청은 성범죄 전과자 2만명에 대한 일제 점검, 피서철 관광지에 대한 순찰 강도를 높이고 제주 올레 길에는 CCTV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2008년 아동여성보호 종합대책을 세웠었고,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착용, 신상정보공개, 아동성범죄 피해자센터를 9곳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시행하겠다고 약속 했었다. 그러나 대책 발표이후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성범죄 피해는 줄어들고 있지 않다.

이렇듯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즉자적으로 만든 제도들이 과연 우리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데 실효성이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든다. 보도를 통해 알려졌듯이 경남 창원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보호하라고 채용한 배움터 지킴이로부터 학생들이 성추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철저한 분석이나 계획 없이 즉자적으로 만든 제도가 얼마나 큰 문제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2012년 상반기동안 원주여성민우회에서는 아동성폭력 범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아동안전지킴이와 안전지킴이집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는데, 제도를 만들기만 하고 제대로 시행이 되는 지를 관리하지 않으면 범죄를 예방하는데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성범죄자에 대한 재발방지 제도 역시 알아서 조심하라는 주의환기 이상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미 성범죄자는 특별한 사람이 아닌 주변의 평범한 사람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고 이웃에 성범죄자가 있다고 해서 이사를 갈 수도 없고 주변의 모든 사람을 의심의 눈으로 보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사실 정부에서 아무리 성폭력근절대책을 내놓아도 모든 범죄가 완전히 근절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통영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시골마을의 버스는 한시간 간격으로 왔고 늦잠을 자다 마을버스를 놓치면 아이는 주민들의 차를 얻어 타고 학교에 가곤 했다. 이 날도 버스정류장에 서 있던 아이는 아무 의심없이 범인의 트럭에 올라탔다. 아이에게 범인은 가끔씩 먹을 것을 주던 이웃집 아저씨 일 뿐이었다. 이날 한양을 차에 태운 김씨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열살 아이는 "배고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지냈다고 한다. 경남 통영시 신봉마을 주민들은 한양을 '배곯던 아이'로 기억하고 있었으며 그 아이가 새엄마에게서 학대 받고 제대로 밥도 얻어먹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친어머니는 한양이 두 살 때 이혼했고 건설일용직 아버지는 새벽같이 일 나가 밤늦게 귀가했다. 오빠는 새벽까지 동네 통닭집에서 일하고 낮엔 잠을 잤다. 그리고 새엄마마저 집을 나갔다. 아이는 누구에게도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손쉽게 범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마을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가 미리 알았다고 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생계유지도 어려운 부모로서는 아이를 보살피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할 수 없었을 뿐이다.

문제는 이런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는 것이고, 앞으로 빈부의 격차가 커질수록 더 많아 질 꺼라는 사실이다. 아동섬범죄를 예방하기위한 다양한 법적 제도는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법과 제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 어른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 한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내 아이가 귀한 만큼 다른 아이도 아끼고 서로 돌봐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사회는 훨씬 안전해 질 것이다. 민간단체와 기관, 마을커뮤니티가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진다면 이들 중 누군가는 보호자 없이 떠도는 아이를 눈여겨 볼 것이고 아이를 돌봐줄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 부모를 흉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함께 책임지고 돌보게 되는 것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책임을 추궁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내가 무언가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요즘 런던올림픽으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올림픽메달과 순위에 가 있다. 우리사회가 올림픽선수들에게 가지는 관심만큼을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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