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원주시의회가 후반기 원구성을 완료했지만 상임위원장 선출과 상임위원회 배정을 놓고 의원들간 갈등이 표출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원주시의회는 지난 5일 후반기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한데 이어 6일 상임위원회 위원 선임과 위원장 및 부위원장을 선출할 계획이었지만 민주통합당이 내부 의견을 모으는데 실패하면서 회기를 연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초래됐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사전조율을 통해 4개 상임위원장을 2석씩 나눠 맡기로 합의했다. 이에따라 새누리당은 의원총회에서 당내 의견을 모아 의회운영위원장은 박춘자 의원을, 행정복지위원장은 김명숙 의원을 내정했다. 민주통합당도 내부 경선을 통해 산업경제위원장은 유석연 의원을, 건설도시위원장은 곽희운 의원을 당론으로 결정했지만 신수연 의원이 건설도시위원장 출마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9일 재개된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3개 상임위는 각 당이 내정한 후보를 제외하고 출사표를 던진 전원이 사퇴했지만 건설도시위원장은 같은 당 소속인 곽희운 의원과 신수연 의원간에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이 펼쳐졌다. 1차 투표에서는 신수연 의원 11표, 곽희운 의원 10표, 기권 1표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었지만 2차 투표에서 예상을 깨고 신수연 의원이 13표를 얻어 건설도시위원장에 당선됐다. 신 의원 스스로 당선소감에서 "한 표라도 나왔으면 감사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을 만큼 의외의 결과였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민주통합당을 분열시킬 목적으로 표를 행사했다는 의혹부터 특정 의원이 같은 지역구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표심을 주도했다는 등 의회 내부에서도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이 내부 갈등을 표출하면서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A 의원은 "민주통합당의 당론을 전해들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략적으로 투표를 했다고 하지만 투표결과는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도 당론과 배치된 표심이 분명히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후반기 시의회는 새누리당이 주도하는 가운데 민주통합당이 끌려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B 의원도 "의원 각자는 누가 자신에게 투표했고 누가 반대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의견이 서로 상치될 때 과연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며 같은 견해를 밝혔다.

회의규칙 개정 공론화 될까?
후반기 시의회 원구성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의원들간 갈등뿐만이 아니다. 기존 교황방식의 문제점을 들어 개정한 현 원주시의회 회의규칙의 헛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높다. 이에따라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선출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원주시의회는 지난 2010년 기존 교황방식을 경선제로 바꾸는 '원주시의회 회의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의결했다. 기존 교황방식에서는 전체 의원이 후보인 상태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의장, 부의장 등에 선출되려는 의원은 물밑으로 선거운동을 진행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편가르기 등 적잖은 문제가 지적됐고 늘 후유증이 남았다.

개정된 회의규칙은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에 도전하려는 의원이 선거 3일 전까지 등록하도록 했고 선거당일 본회의장에서 10분 이내의 정견을 발표할 수 있도록 했다. 6대 시의회 전반기 의장단 선거부터 적용된 개정 회의규칙은 최소한 절차적 민주주의의 제도적 틀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의장단 선거가 당대 당 투표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특히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는 의원 6명이 2개 이상의 상임위원장 또는 부의장 후보에 중복 등록하면서 같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상임위원장 자리가 로또냐"는 푸념섞인 반응이 제기되기도 했다. 4개 상임위원장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모두 19명이 등록해 평균 4.8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정작 본회의장에서 정견발표를 한 후보는 5명에 불과했다. 건도위원장을 제외하곤 양 당이 사전조율을 통해 서로의 몫을 정하고 특정인물을 당론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의회 내부에서도 회의규칙을 보완해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C 의원은 "상대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밤 11시를 넘겨 후보등록을 한다거나 '이 자리 아니면 저 자리라도'라는 생각에 마구잡이식 등록을 하는 것은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다"면서 "자격 기준이나 제한규정을 둬 무분별한 후보등록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 의원은 "상임위원장 선출을 본회의가 아닌 상임위원회에서 선출하도록 개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회의규칙 개정에 공감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문제해결의 열쇠는 정당공천제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민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정당공천제가 존재하는 한 회의규칙이 개정되더라도 밀실협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지방의회가 제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고, 의장단 선출과정에 정책토론회를 도입해 지역주민들로부터 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6대 후반기 원구성 현황
▷의장: 채병두 ▷부의장: 한상국 ▷의회운영위원회: 박춘자(위원장) 김병석(부위원장) 김명숙 유석연 전병선 신수연 박호빈 김학수 류인출 ▷행정복지위원회: 김명숙(위원장) 류인출(부위원장) 권영익 이상현 한상국 박호빈 나복용 ▷산업경제위원장: 유석연(위원장) 이병규(부위원장) 박춘자 김홍열 김병석 용정순 신재섭 ▷건설도시위원회: 신수연(위원장) 이재용(부위원장) 황보경 전병선 김학수 조인식 곽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