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운전사 김주태 씨

명륜동에 사는 김주태(55) 씨는 스무살 초반 정미소에서 근무하다 왼쪽 팔이 벨트에 끼어 절단당하는 사고를 당했다. 혈기왕성한 청년에게 찾아온 불의의 사고는 김 씨를 심한 외로움과 절망에 빠뜨렸다. 허전한 팔 한쪽을 바라볼 때면 어김없이 술을 찾았고, 인생에 대한 불만은 점점 더 쌓여갔다. 신체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번듯한 직장을 구하지 못했고 주변의 시선은 김 씨를 더욱 고립된 삶으로 몰아세웠다.

▲ 20대 초반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입었으나 불굴의 의지로 딛고 선 김주태 씨.

삶에 대한 분노는 친구들이 하나 둘 김 씨를 떠나게 만들었고, 급기야 세상과 소통의 문을 닫아 버렸다. 그러나 서서히 병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된 김 씨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김 씨는 "사고를 당하고 난 뒤 온종일 방에만 있었어요. 세상이 싫었고, 미웠어요. 삶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둠 속에서 제 마음도 서서히 식어가더군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신체의 병이 마음의 병으로 자라지 않도록 무엇인가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이후 김 씨는 골목을 누비며 폐지와 고철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손수레를 끌고 험한 골목길을 오르내리며 땀과 함께 얼룩진 마음의 상처를 치유했다. 손수레 한가득 고물이 쌓일 때면 김 씨는 홀로 다짐했다. "너도 나와 같은 처지구나. 하찮은 존재일지라도 쌓이면 큰 가치가 되어 빛나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폐지 줍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김 씨에게 폐지를 줍는 노동은 단지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닌, 자신의 가치를 세상에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폐지 줍기 멈추지 않아
 노동은 생계가 아닌, 자신의 가치를 세상에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

주어진 시간과 하루의 반복에 감사하며 김 씨는 작은 소망을 꿈꾸게 됐고 더욱더 힘차게 손수레를 끌었다. 그러던 중 원주라이온스클럽에서 활동하는 지인의 도움으로 무료로 운전면허에 응시할 수 있게 됐고, 이듬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다. 또한 중고 트럭 한 대를 후원받을 수 있었다. 매사 삶에 최선을 다하는 김 씨의 억척스러움을 이웃주민이 인정해 내민 작은 보탬의 손길이었다.

팔 한쪽이 없기에 주민들은 김 씨의 운전을 걱정했지만 김 씨는 능숙하게 핸들을 돌렸다. 지난 30년간 김 씨는 원주를 돌며 폐지를 줍고 있다. 현재도 폐지 줍는 일은 멈추지 않고 지속하고 있다. 김 씨에게 1톤 트럭은 사무실이자, 삶의 무대이다. 그동안 한푼 두푼 모은 돈을 저축했고, 아내 안복순(55) 씨와의 사이에 3녀를 두었다. 딸들은 모두 바르게 성장해 번듯한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 씨는 "그동안 나의 인생은 높은 곳을 보는 게 아니라, 현재 위치에서 부끄럼 없이 사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도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며 "이웃에게 은혜를 받은 만큼 여유가 생기면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인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