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의회가 '원주시의회의원 행동강령 운영조례' 제정을 유보했다. 원주시의회 운영위원회가 발의해 입법예고 했지만 일부 의원들 반대로 지난 제155회 정례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대신 원주시의회는 국회의원과 국회 공무원부터 행동강령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는 건의안을 채택해 국회의장에게 발송했다.

행동강령 운영조례는 의원들의 인사청탁과 이권개입을 금지하는 등 15개 금지행동을 규정한 것이다. 의정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항공마일리지, 적립 포인트도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의원들의 부조리를 원천적으로 막는 장치이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셈이어서 서둘러 조례를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행동강령을 제정한 지방의회는 11곳에 불과한 실정이며, 광역의회는 제정한 곳이 없다.

그러나 국회의원 및 국회 공무원부터 행동강령을 만들라는 요구는 변명으로 들린다. 원주시의회는 국회의장에게 보낸 건의안에서 행동강령이 지방의회 의정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행동강령 제정으로 오히려 청렴의회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주민 대표기관인 지방의회 행동강령 제정을 촉구할 수 있느냐는 유감의 뜻도 밝혔다. 하지만 인사청탁, 이권개입을 금지하는 게 의정활동을 위축시킨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남들보다 먼저 행동강령을 제정하면 오히려 청렴 이미지가 강화될 텐데 미루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지금도 원주시의원 윤리강령이 있긴 하다. 그러나 윤리강령은 정도를 걷고 부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등의 선언적 의미에 불과한 반면 행동강령은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이다.

제6대 원주시의회는 청렴의회를 표방하며 출범했다. 지난 5대 때 각종 비리 혐의로 의원들의 구속이 잇따른데 따른 것이었다. 제5대 당시 몇몇 의원들이 구속된 건 행동강령에서 금지하고 있는 이권에 개입한 까닭이었다.

원주시의회가 부패 온상으로 지목되자 제6대에서는 청렴을 맨 앞에 내세우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주시의회가 이해되지 않는 이유를 들며 행동강령 제정을 미루는 건 논리적 모순이다. 더구나 행동강령 제정 여부는 원주시 청렴도 평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청렴도 평가 때 행동강령 운영조례가 제정된 지방자치단체에 가점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던 원주시는 현재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특별과외'를 받고 있기도 하다. 행동강령 운영조례를 제정하지 않아 원주시가 가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원주시의회도 시민들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행동강령 제정을 미루는 건 의원들 스스로 지금 누리고 있는 '특권'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인정하는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