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최근 시청 청사를 출입하는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한 '원주시청 출입자 통제규정'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청사 시설물에 대한 안전과 보안관리를 위해서라고 한다. 이 조례가 제정되면 청사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출입구에서 신분 확인을 하고 기록부에 등재한 뒤 방문증을 달아야 들어갈 수 있다.

원주시가 갑자기 시청 출입을 통제하는 규정을 만들고 있는 것은 최근 대형마트 입점과 관련해 민원을 제기하던 사람들이 시청 내 일부 시설을 점거하고 기물을 파손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시민들 여론은 부정적이다.

일반 시민들은 일일이 신분을 확인하고 출입해야 한다는데 반감을 보였다. 시청사가 공무원들을 위해 있는 건물이냐는 감정 섞인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도 있었다. 시민단체들은 이 규정이 나오게 된 배경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원주시가 시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또한 출입자 신분과 방문목적을 확인하는 것은 시민들을 사찰하는 행위와 다름없다며 조례제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원주시가 청사관리 차원에서 출입자 통제에 대한 원칙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공기관은 물론 규모가 있는 기업체들도 청사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도록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사는 시공무원들이 근무하는 공간인 동시에 모든 원주시민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민원을 처리하는 곳이다. 출입자를 통제하는 시설 대부분은 방문자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시청처럼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이 아니다. 게다가 시청사 1층은 업무처리 공간과 민원처리 공간이 구분되어 있지 않고 로비는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방문자가 많아 일일이 출입자를 확인하기도 어렵거니와 확인한다고 해서 지금과 달라질 것은 없다. 오히려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불쾌감만 줄 뿐이다. 게다가 현관에서 방문목적을 확인하고 출입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 시청사 앞에 통합민원실을 만들어 민원을 처리하는 것이 옳다. 시청 기물을 파괴하는 사람은 적법하게 처리하면 된다.

이에 대해 시관계자는 출입통제 대상을 물품 판매자나 술을 먹은 사람 정도로 제한할 것이라고 했다. 입법예고한 뒤 시민단체에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만일 당초 계획을 수정해 청사관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규정으로 고칠 생각이라면 내부 매뉴얼을 만들어 운영하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사문화된 조례가 많은데 적용하지도 않을 조례를 만들기 위해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행정력 낭비다.

또한 시민은 공무원이 통제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섬겨야할 대상이다. 시설물 관리를 위한 규정이 필요하다면 조례 명칭도 시청사 관리 규정 등으로 했어야 한다. 이번 시청 출입자 통제규정 논란이 대시민행정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