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 인동(仁洞)이 있다. 왜 인동일까? 사실 인동이라고 할 때 쓰는 어질 인(仁)자를 동명으로 쓴 곳은 원주 이외의 곳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인동의 인(仁)자는 바로 원주가 낳은 왕비, 인열왕후(仁烈王后)가 이곳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인열왕후의 인자를 따서 동명으로 한 것이다.

인열왕후는 조선조 인조(人祖)임금의 비(妃)로서 아버지 한준겸(韓浚謙)은 원주시 부론면 노림리에서 판관을 지낸 한효윤(韓孝胤)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첫째 백겸(白謙), 막내 중겸(中謙)과 더불어 원주 3걸이라 불리웠던 천재집안이다. 일찍이 생원시에 장원급제하여 진사가 되어 태능참봉이 되었다가 1586년(선조19년)에 문과에 급제하여 사국(史局)에 뽑혀 검열(檢閱)이 되었다.

어느 땐가 선조임금이 출제하여 유신들에게 글을 짓게 했을 때 수위로 뽑혀 표피를 상으로 하사 받았다고 하니 당시에도 뛰어난 두뇌의 관리였던 것 같다. 한준겸은 1592년 원주목사가 되었다. 원주목사로 재직할 당시, 관아에는 변변한 건물조차 없어서 인동의 한 주민 행랑채를 빌려 정사를 봤다. 여기서 딸을 낳았는데 이분이 나중에 인조임금의 비인 인열왕후가 된다. 인열왕후는 슬하에 네형제를 두었는데. 첫째 소현세자, 둘째 봉림대군(효종대왕), 셋째 인평대군, 넷째가 용성대군이다.

병자호란 후 인조는 첫째 소현세자와 둘째 봉림대군을 청나라에 볼모로 보내야 했는데, 의협심이 강했던 봉림대군은 청에 머무는 동안 형 소현세자를 적극 보호했으며 자기 뜻과는 상관없이 서쪽으로는 몽고, 남쪽으로는 산해관, 금주위까지 나아가 명나라가 패망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고, 동쪽으로는 철령위, 객원위 등으로 끌려 다니면서 온갖 고생을 했기 때문에 청나라에 원한을 품고 있었다.

형인 소현세자는 청의 수도인 '심양'에서 단순한 인질이 아니라 300명 넘는 시강원 관원을 거느리고 있으면서 대사이상의 외교관 역할을 하면서 조·청 양국간의 상당한 재량권을 행사했음에 비해 봉림대군은 그렇지 않았다. 1645년 2월 형 소현세자가 먼저 귀국한 뒤에도 그대로 청나라에 머물고 있다가 그 해 4월 세자가 급서하자 5월에 돌아와서 9월 27일에 세자에 책봉됐다. 그리고 인조임금이 승하한 후 1649년 5월 13일 창덕궁 인정문에서 즉위했다. 이분이 북벌계획의 화신이었던 효종대왕이다.

그렇다면 인조임금은 왜 소현세자의 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들을 세자로 책봉하지 않고 봉림대군을 책봉했을까? 인조임금은 소현세자가 죽었을 때 소현세자의 아들을 세자로 삼지 않고 진취적이면서도 북벌계획의 사고를 갖고 있던 소현세자의 아우인 봉림대군을 세자로 임명하여 병자호란 때의 한과 억울함을 상쇄받기를 소원한 것이다.

소현세자는 귀국할 때 청나라에서 친밀하게 지냈던 독일인 신부 아담샬과의 친교로 천문, 수학, 천주교 서적과 지구의, 천주상 등을 가지고 귀국했으나 귀국 후 2개월만에 급서하고 서적은 불태워져 서양문물의 수용을 통한 문화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중략)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병자호란 이 후 국가를 지키겠다는 의지와 청나라에 대한 적개심, 또는 북벌에 대한 의지가 완강하여 그렇지 않아도 천주학(서학)에 대한 공포심과 서양문물의 수용에 완고했던 당시 신하들과 인조임금에 의해 소현세자가 독살 당했다는 설이 많다.

효종대왕은 병자호란 후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간지 8년만에 환국하여 북벌을 국가의 지상목표로 군대를 양성하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면서 훌륭한 장수를 기르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의 재정적인 뒷받침이 부족해 뜻을 이루지 못 한 채 보령 41세로 1659년 5월 4일 창덕궁 대조전에서 승하했다. 효종임금은 슬하에 1남 5녀로 현종과 숙안, 숙명, 숙희, 숙정, 숙경 등 다섯공주를 남겼다. 효종임금의 묘는 가까운 여주에 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원주사람이 알아야 할 것은 인동의 인(仁)을 기억해야 할 것이며, 역사상 북벌을 지상과제를 삼았던 유일한 대왕, 효종대왕을 낳으신 위대한 어머니, 인조임금의 비, 인열왕후가 원주시 인동에서 태어나셨으며 지금 탄생비는 원주고등학교 앞 공원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