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무사고…강원도 선정 '대중교통 친절서비스' 으뜸왕

이재기(52·단구동) 씨는 1982년 처음으로 택시 핸들을 잡았다. 그리고 30년간 무사고 운전을 했다.

남들처럼 넥타이를 매고 회사에 출근하는 삶 대신 비교적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한 택시기사를 선택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회사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아침7시부터 자정까지 택시를 몰아야 했다. 그러나 고된 노동 속에서도 이 씨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웃음이 주는 에너지를 소중하게 생각했다. 손님이 택시에 오르면 반갑게 맞이했고, 손님의 취향에 맞춰 음악을 제공했다.

\연령별, 계층별, 직업별, 장르별 노래 테이프도 다양하게 갖췄다. 어르신이 손자를 만나러 가기 위해 택시에 오르면 어르신에게 자식 전화번호를 물어 전화를 건 뒤 목적지를 확인하고 안전하게 모셔다 드렸다. 이 씨는 "돈을 번다는 목적보다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택시를 몰았다"고 말했다.

▲ 이재기 씨가 자신이 모는 택시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 씨는 손님이 택시에 오르면 항상 먼저 건네는 말이 있다. "손님, 어디로 가는 게 편하시겠습니까?"이다. 길을 몰라서 손님에게 묻는 게 아니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손님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시간이나 택시비 절감 등 손님을 위해 묻는 것이다.

이 질문을 시작으로 손님과의 대화가 시작된다. 이틀 전 시청한 드라마의 여주인공 얘기부터 뉴스에 방영된 이슈까지 대화가 오가며 손님과 소통한다. 이 씨는 "택시기사의 장점은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과 부자,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눈물 섞인 애환을 들을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이 씨의 30년 무사고 비결에는 철저한 운전철학이 담겨있다. 첫째, 택시기사는 수익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할 것. 둘째,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안전운행을 할 수 있고, 이를 위해 자신만의 취미를 가질 것. 이 씨는 스트레스가 쌓였다고 생각되는 날에는 운전대를 잡지 않는다. 대신 가방에 지도와 간식을 넣고 산을 찾는다.

산 정상에 올라 메아리를 부르고, 휘파람을 불고, 노래를 부른다. 산행을 하며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것이다. 이 씨는 "택시기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이지만 누구나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끈기가 필요하다는 것.

이 씨는 내년이면 모범운전 30주년을 맞이한다. 현재 모범운전자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자연정화활동, 교통정리, 어린이 교통안전지킴이 활동을 한다. 교통방송 통신원으로 교통모니터링을 통해 교통사고 예방활동도 하고 있다. 이 씨는 아내 이상복(45) 여사를 향해 "돈 많이 못벌어 온다고 싫은 소리 한번 한 적이 없는 아내에게 정말 고맙다"면서 "30년 무사고 기록을 달성한 비결은 아내의 내조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 1일 강원도가 선정한 '대중교통 친절서비스 으뜸왕'에 선정됐다. 자녀는 1남1녀. 

박성준 기자  ju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