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말 아닌 행동으로…"

평원중학교 권오승 교감이 매년 방학기간을 이용, 케냐에서 봉사활동을 펼쳐 화제가 되고 있다. 벌써 13년째다. 권 교감이 먼 이국 땅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게 된 계기는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름방학을 맞은 권 교감은 교회 도움을 받아 케냐로 자원봉사활동을 떠나게 됐다. 이국 땅에서 처음 마주하게 된 것은 드넓은 사막과 외로움, 그리고 초라한 마사이족이었다.

마사이족은 동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 경계의 초원 지대에 사는 부족으로 큰 키에 고수머리, 암갈색 피부가 특징이며, 소, 염소, 양 따위를 사육하는 유목민이다. 다른 부족에 비해 용맹하고 강인한 정신을 지니고 있어 외부 사람들과 접촉을 꺼리며 살다 10여 년 전부터 외부 문물을 받아들이고 있다.

▲ 13년째 방학기간이면 케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있는 권오승 평원중 교감.

"1천500원이면 한 명의 어린이가 일주일을 배불리 먹을 수 있어요.
 생명을 살리는 귀중한 일이죠"

권 교감이 마사이족을 처음 접했을 땐 심한 경계심을 표출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글을 읽지 못했어요. 교육과 문화 혜택도 없이 살아가고 있었죠. 그들이 사는 건 마치 생존만을 위한 삶 같았어요" 권 교감은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마사이족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관련 서적을 찾아 케냐에 대한 문화와 자연을 이해했고, 지인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공유하는 등 노력했다.

아내 이기숙 씨는 미술교사였다. 그러나 권 교감의 봉사활동을 내조하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지자 명예퇴직을 해 퇴직금으로 빚을 청산하고 현재 여성의류 가게를 하면서 남편의 국내·외 봉사활동 경비를 마련해 주고 있다. 이 씨는 "남편이 미웠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옥수수 가루로 된 우갈리는 2kg에 우리 돈 1천500원 정도 하는데 한 명의 어린아이가 일주일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이죠. 남편이 하는 일은 생명을 살리는 귀중한 일이잖아요" 아프리카를 방문하기 위한 준비물과 항공료, 체재비 등 이 씨는 남편이 아프리카에 가기 위한 준비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13년간 케냐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는 권 교감의 열정 속에는 배움이라는 키워드가 숨겨져 있다. 권 교감은 "봉사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며, 봉사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손과 발로 하는 것이다"라며 "현재 대한민국 교권은 스승과 제자 사이가 정으로 이어진 관계가 아닌 직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사이족 풍습 중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식량이 고갈되면 체력이 약한 노인들이 심야에 초원에 나가 맹수에게 생을 마감하고 초원에 흩어진 뼈를 부마(소똥 집)에 걸어놓는데 권 교감은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가르친다는 것과 배운다는 것은 늘 생에 감사하는 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사이족은 가장 용맹한 부족이기도 하며, 가장 정이 많은 부족이기도 하다. 손님이 부마를 찾는 날엔 가족 모두 한 끼 식량인 옥수수 가루를 손님에게 대접한다. 있는 자가 없는 자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닌, 없는 처지에도 남을 위해 희생하는 부족이다.

"침해된 교권과 사람다운 세상이 되기 위해 때론 마사이족에게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권 교감은 "현재 케냐에서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치료를 받아야하는 친구 2명이 있는데 한국으로 올 여비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며 "이들에 대한 조속한 치료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박성준 기자 ju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