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때문에 피해가중 우려
원주시 "예산 때문에 어렵다"…국토청 "지자체 관할구역" 힘겨루기

소초면 장양4리 대화지 마을 주민들은 여름장마를 앞둔 요즘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소초면 연초제조창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가다 보면 언덕 아래쪽 경사면에 위치한 대화지 마을이 나오는데 섬강을 앞에 두고 있는 이 마을은 매년 장마 때마다 제방 안쪽부터 물이 차올라 심각한 침수피해를 겪고 있다.

19가구 주민들이 살고 있는 이 마을엔 장마 때면 장양천 방향에서 흘러내리는 냇물, 연초제조창 방향 우수관로와 태장농공단지 방향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 내려오지만 제방에 막혀 물이 빠져나가지 못한다. 그 이유는 섬강 수위가 제방 아래쪽에 있는 배수구 위치보다 높으면 물길이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제방 안쪽은 물바다가 돼 버린다.

▲ 소초면 장양4리 대화지마을 전경

손기화(84) 할머니는 "20대에 시집을 와 60년 넘게 여기서 살았는데 비가 많이 올 때면 걱정이 돼 잠을 못 잔다"며 "물이 집까지 들어차 인근 교회로 대피해 뜬 눈으로 밤을 보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방 쪽에 농토가 상당한데 밭작물은 심어볼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면서 "벼는 물이 차도 괜찮지만 밭작물은 물을 많이 먹으면 썩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런데 최근 주민들 시름이 더욱 깊어졌다. 주민들은 국토해양부가 추진하는 4대강살리기 섬강14공구 장양리 구간사업으로 조성중인 제방의 높이가 기존 제방보다 높아진데다 원주시민들의 먹는 물을 끌어올리는 취수장이 위치한 이곳에 원주시의 요청으로 원활한 물 공급을 위해 가동보를 설치하고 있어 오히려 강 수위가 높아져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주민 김선일(70) 씨는 "매년 침수피해로 인해 심각하게 고통받고 있는데 올해는 공사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지게 생겼다"며 "농작물은 둘째치더라도 집까지 물이 들어차는 일도 발생한 적이 있어 혹여 인명피해가 발생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주민 홍승인(75) 씨는 "해마다 물난리를 겪다보니 너무 지쳤고, 두려움과 고통을 못 이기고 떠난 주민들이 상당하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펌프장을 설치해 퍼올리는 것 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업주체인 원주지방국토관리청과 지역주민들의 안전을 관리해야 하는 원주시는 제방과 가동보가 강 수위를 높이는 데 영향이 없다고 밝히는 한편 펌프장 등 내수배제시설 설치에 관해선 서로 떠넘기려 하고 있어 주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그동안 물이 부족한 갈수기에 취수장으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흙으로 둑을 쌓아 수위를 높여 물을 공급해 왔는데 비가 많이 올 때마다 둑이 무너지는 문제점이 발생해 영구적으로 사용가능한 가동보를 설치하게 됐다"며 "그런데 가동보의 경우 기존 흙둑보다 낮은데다 취수탑 적정기준을 넘으면 자동으로 수문이 열리는 방식으로 설치돼 문제 없다"고 말했다. 이어 펌프시설에 대해서는 "펌프시설은 이곳 사정상 저류량이 많아 시설에 투자되는 비용을 10억원 이상으로 보고 있는데 예산관계상 당장 설치하기 어려워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공사가 있기 전부터 침수피해가 발생하던 것은 모두 공감하는 사실이며, 더욱이 제방 보강공사로 수위가 높아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기존 흙둑보다 낮게 설치되는 가동보로 인해 오히려 수위가 낮아질 것"이라면서 "제방 안쪽 지역의 경우 하천구역 밖인데다 관련 규정을 따져보더라도 지자체 관할구역에 포함되며, 지속적인 침수피해가 발생해오던 문제점도 있어 원주시가 펌프시설을 설치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협조를 요청한 상황으로 원주시도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수배제시설 설치가 반드시 필요한 지역으로 여의치 않을 경우 원주시와 함께 국비확보 등 대안을 모색해나가는 방법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