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 김봉룡 선생의 유작이 원주로 돌아오면서 원주 옻칠공예의 시발점인 태장동 옛 원주칠공예주식회사 건물에 대한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원주는 세계에서 첫 손가락에 꼽는 질좋은 옻이 생산돼 '옻칠의 고장'이라 불린다. 하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옻칠공예나 나전칠기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현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태장1동 가매기 인근에 밀집했던 상공장에서 옻칠을 한 소반을 만들어 내던 것이 원주 옻칠공예의 전부였다는 게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의 증언이다.

원주에서 옻칠공예와 나전칠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고 일사 선생이 1968년 태장동에 위치한 '원주칠공예주식회사'의 공예부장으로 원주와 인연을 맺으면서 부터다. 선생의 장남 김옥환 씨는 최근 원주역사박물관에서 가진 강연에서 "당시 원주 옻칠은 지역 유지들이 설립한 원주칠공예주식회사가 문을 닫는 것을 걱정할 만큼 일대 위기에 놓여 있었는데 그 활로를 찾기위해 아버지를 초빙한 것"이라고 밝혔다.

옻칠의 대량 소비촉진을 나전칠기에서 찾아 퇴락해 가는 원주 옻칠산업의 활로를 찾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 태장동 옛 원주칠공예주식회사 건물. 일사 김봉룡 선생의 유작이 원주로 돌아오면서 원주 옻칠공예의 시발점인 태장동 옛 원주칠공예주식회사 건물에 대한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일사 선생은 소목장 천상원 선생, 끊음질의 심부길 선생, 칠장 홍순태 선생 등을 원주로 불러 들여 나전칠기 제작팀을 구성하고 원주 옻칠의 진로를 새롭게 모색했다.

이후 1970년대 들어 이형만, 양유전 선생 등 지금은 원주 옻칠을 대표하는 장인들이 선생을 따라 원주에 터를 잡게 된다. 원주역사박물관 박종수 관장은 "원주칠공예주식회사를 중심으로 원주에서 전통 칠기가 새롭게 꽃 피웠던 것"이라며 "원주 옻칠공예가 시작된 기념비적인 장소"라고 평가했다.

최근 지역 문화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원주 옻칠공예가 태동한 옛 원주칠공예주식회사 건물을 보존하고 활용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옛 원주칠공예주식회사 건물은 1969년 화재 후 페인트 공장, 가발 공장 등이 입주했다가 최근에는 인근 철물점에서 창고용도로 사용했을 뿐 10년 넘게 방치돼 왔다. 주민 A 씨는 "경매로 넘어간 뒤 현재는 공유토지로 다수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선생의 제자이자 칠화칠기의 맥을 잇고있는 소하 양유전 선생은 "옛 원주칠공예주식회사 건물은 원주 옻칠공예와 일사 선생의 역사와 채취가 남아있는 곳"이라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보존에 적극 나서주기를 희망했다. 중요무형문화재 나전장 이형만 선생도 "건물이 갖고있는 역사성을 고려할 때 리모델링을 통한 활용방안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종수 원주역사박물관장은 "세계에서 가장 양질의 칠 산지이자 많은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원주에서 옻칠공예는 포기해선 안 될 전통공예"라며 "원주시 재정 등을 감안할 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옛 원주칠공예주식회사 건물을 보존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사 기념관'이나 '원주칠공예 미술관' 등 옻칠관련 시설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