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시의회는 2012년 강원감영문화제 행사비 2억원을 삭감했다. 원주시가 제출한 강원감영문화제 지원예산 3억1천만원 중 65%를 삭감한 것이다. 지난해 행사 때 야시장을 끌어들이며 정체성 논란을 야기했던 터라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2억원 삭감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당시 시의회는 예산 삭감 이유를 정체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태의연하게 치러졌기 때문이라고밝혔다. 인적 쇄신과 아울러 프로그램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하자 강원감영문화제위원회는 30년 넘게 이어온 원주 대표축제를 절멸시키려 한다며 반발했다. 새롭게 시작한 다이내믹 페스티벌에 12억원이나 되는 예산을 지원한 점을 거론하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행사비 마련을 위해 지난 3월 대한민국 원로작가 서화전을 열기도 했다.

그런데 원주시의회는 지난 18일 끝난 임시회 추경예산 심의에서 강원감영문화제 행사비 2억원 중 3천만원을 삭감하고 1억7천만원을 승인했다. 문제는 6개월전 예산을 삭감할 당시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예산을 승인해 줬다는 점이다. 작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연극·변사극 공연 및 올스타 배구대회, 전국씨름대회, 전국무예대회를 신설했고 행사 개최 기간을 다이내믹 페스티벌 개최 기간으로 조정한 것이다.

예산 삭감 당시 밝혔던 삭감이유를 충족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예산을 승인한 것은 30년 넘게 이어온 지역 대표축제를 예산 때문에 파행시키기가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예산을 삭감한 뒤 다시 승인하기까지 5개월 동안 행정력 낭비를 초래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추경예산에 포함시킨 원주시도 마찬가지다.

강원감영문화제는 1971년 열린 원주군도제가 뿌리이다. 1983년 치악문화제로 부활했고, 강원감영이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면서 2005년 강원감영제로 명칭을 바꿨고, 2010년 다시 강원감영문화제가 됐다. 무려 30년을 이어온 축제이고, 여러가지면에서 지적을 받고는 있지만 원주를 대표하는 지역축제이다.

또한 원주의 정체성을 계승·발전시키는 전통문화축제라는 점에서 지역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키워가야할 축제이다. 그러나 강원감영문화제위원회가 사단법인화 하면서 위원회 중심의 축제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원주시와 갈등을 빚는가하면 지역 문화단체나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때문에 삭감됐던 예산이 다시 부활했다고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하면 지역대표축제의 위상을 정립할 것이냐이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행사준비로 바쁘겠지만 강원감영문화제위원회는 물론 원주시, 원주시의회, 지역문화계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