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한 애끓는 헌신으로 한평생을 살아온 이신자(문막읍·70) 할머니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 할머니는 문막읍 포진리에서 93세인 시어머니와 큰아들, 큰손자와 함께 살고 있다. 22살에 포진리로 시집와 남편과 함께 시부모 모시고 농사 지으며 오순도순 살았지만 갑작스러운 사고로 큰아들이 장애를 입고 만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친구들과 같이 놀다 척추를 다쳐 침대에서만 생활하는 처지가 된 것.

그 날 이후 이 할머니는 아들의 손·발이 되었다. 식사는 물론 씻기고, 대소변을 받아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1년 반을 고생하자 평생 누워 지낼 것 같던 큰아들이 어느날 난간을 잡고 간신히 윗몸을 세워 엄마를 불렀다. 부엌에서 한달음에 달려와 부둥켜안고 이 날 몇 시간을 감격에 겨워 울었다고.

이후 큰 아들은 건강을 회복해 완구공장에 취직하고 결혼도 했다. 하지만 며느리 친정에서 결혼을 깨는 바람에 아들은 방황하게 되고 남겨진 손자와 시부모님은 고스란히 이 할머니 몫이 됐다. 남편과 농사를 지으며 큰아들과 둘째아들, 막내딸까지 출가 시키고도 손자까지 키우게 됐다. 그러던 중 남편이 지난 2010년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세상을 뜨면서 이 할머니가 집안의 가장이 됐다.

이처럼 인생의 굴곡에도 불구하고 이 할머니는 포진리에서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다. 새벽 6시 일과가 시작된다. 논과 밭에 나가 채소와 곡식을 가꾸고 가족을 돌보다 보면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최근에는 마을 부녀회 총무를 맡아 마을 노인들을 위한 경로잔치를 열기도 했다. 이 할머니의 이러한 장한 모습을 지켜본 주민들이 원주시에 이같은 사실을 알렸고, 이 할머니는 지난 8일 보건복지부장관상과 원주시장 표창을 받았다. 이 할머니는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남은 평생을 가족과 함께 사랑하며 지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원주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제40회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박재건(우산동, 남, 83) 씨는 도지사 표창, 원용호(무실동·66)·이은실(단구동·27)·유광희(태장동·41)·김미향(단구동·43) 씨는 원주시장 표창을 받았다.

최다니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