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중기발전계획인 '원주비전 2020'을 보면 2020년 계획인구가 65만명이다. 민선4기 때는 '인구 50만의 자족도시'를 구호처럼 외치다 민선5기로 넘어오면서 '인구 70만의 중대 도시'로 바뀌었다. 기업·혁신도시 건설, 수도권전철 연장 등이 인구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원주시는 지정면에 신설될 서원주역 인근에 신도시 건설을 검토 중이어서 4년전보다 예상인구를 늘려 잡았다.

원주시를 비롯한 대다수 지방 중소도시는 인구 늘리기 정책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공장유치 목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자리가 늘어나면 인구가 늘어날 것이고, 인구가 늘어나면 마트, 식당, 주유소 등도 동반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지역주민 살림살이도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 원주시 인구는 약 4만6천500명 증가했다. 도내 타 시군과 비교할 때 괄목할만한 변화다. 덕분에 지난 총선에서 국회의원을 2명 선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인구 증가가 원주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됐다고 볼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기 어렵다.

오히려 교통은 복잡해졌고 대기오염 등 환경적으로는 삶의 질이 하락했다. 공무원 1인당 담당해야 하는 주민 수도 늘어났기 때문에 공공서비스 영역도 악화됐다고 볼 수 있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인구가 늘면서 대형유통들이 잇따라 입점하는 바람에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이다.

무엇보다 계속되는 택지개발로 중앙동, 일산동, 학성동, 우산동 등 구도심은 인구가 감소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시청사 이전으로 침체된 학성동은 오는 14일 법원이 무실동으로 이전하고, 올 하반기 검찰청도 이전할 예정이어서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아직까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고속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 이전으로 상권이 몰락한 우산동도 3년이 다되도록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해 주민들 불만이 팽배하다.

원주시는 '원주비전 2020'에 대한 개편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7월 1일 시작되는 민선5기 후반기에 맞춰 더욱 짜임새 있는 비전을 만들기 위해서다. 바라기는 이번 개편작업이 앞서 지적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고 치유하는 비전이 되길 바란다. 또한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주길 바란다. 새로운 시책보다는 지금까지 도시발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지역 주민들을 위한 시책개발이 우선돼야 한다.

도시규모가 커지고 외형적으로 발전하면 도시가 발전하는 것으로 보던 시대는 지났다. 원주는 교통망이 크게 개선돼 가만히 있어도 인구가 늘 수 밖에 없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미래를 설계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