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채련(83) 할머니

80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외모와 왕성한 활동량으로 주변인들을 놀라게 하는 할머니가 있다. 그 주인공은 "나는 아직도 청춘이다"라고 말하는 지채련(83) 씨.

지 씨를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83세의 나이를 무색케 만드는 젊은 외모와 밝은 웃음, 당당함이었다. 주름과 검버섯을 찾아볼 수 없는 희고 건강한 얼굴과 젊은이들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는 패션감각을 자랑하고 있으며, 길을 걸을 때도 허리를 꽂꽂히 세우고 활기차게 걷는다.  

지 씨는 가장 많이 활동하고 있다는 원주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그야말로 인기스타로 통한다. 홍정라 노인종합복지관 부장은 "나이에 비해 믿기지 않는 외모와 활동량을 보여주시고, 다른 어르신들에게 늘 살갑게 대하시기 때문에 언제나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그녀의 인기는 전국무대에서도 통했다. 지난 2010년 전주에서 열린 할머니 미인선발대회에서 당당히 '진'을 차지했던 것. 이 대회에서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미인 할머니 67명이 참가했는데, 최고령자였던 큰 언니 지 씨가 여러 동생들을 제치고 최고 미인으로 꼽혔다. 80대를 넘긴 참가자가 진에 올랐던 것은 지 씨가 처음이라고 한다.

지 씨에게 젊은 외모를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내 삶에 대한 후회가 없도록 남아있는 여생 동안 많은 일들을 해보고 싶은 욕구가 강하고, 언제나 긍정적인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사람들을 대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기운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 씨는 매일 쉴 세 없이 많은 활동을 펼치며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꾸준히 이어온 봉사활동과 노인복지관에서 하고 있는 취미생활,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서다.

8년 전 노인복지관에서 사물놀이를 배웠다는 지 씨는 현재 원주복지원(원주시립복지원)과 원동 해오름 어린이집에서 사물놀이 강사이자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원주복지원에는 매주 수요일 마다 나가 자신보다 한참 어린 성인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펼치고 있으며, 처음 노인일자리사업으로 인연을 맺었다는 해오름 어린이집에서는 8년째 증손자·손녀뻘 되는 원생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노인복지관에서는 컴퓨터 수업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으며 최근 정보화 시대의 트렌드로 손꼽히는 페이스북 등 SNS 활동도 활발히 할 정도로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룬다. 과거엔 댄스스포츠까지 섭렵해 강원도 대표로 실버무용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또한 지 씨는 어엿한 등단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충남 서산 출생으로 공주사범대 재원이었던 지 씨는 집안의 권유로 자퇴하며 학문의 끈을 놓게 되었다. 하지만 유달리 배움에 대한 열망이 크고 글을 좋아했던 지 씨, 수 십 년의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문득 "글을 써보자"라는 다짐을 하게 됐고 지난 2004년 농민문학 수필 부문에 '어느 여름날의 추억'과 '바람에 몸을 맡기는 풍차처럼' 등 두 작품 모두 호평을 받고 등단했다. 지금은 각종 인터넷 홈페이지와 게시판을 통해 활동하고 있으며, 노인복지관 동료들에게 자신이 쓴 글을 선물하면서 글 쓰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지 씨는 "나이가 많다고 해서 움츠러들고 사회와 어울리지 못한 채 세월을 낭비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볼 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노인들이 삶을 주저하지 말고 인생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통해 건강을 찾고 언제나 밝은 웃음을 머금고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지 씨는 다른 사람들이 주저앉을 수도 있는 힘겨운 삶을 견뎌내고 지금처럼 밝고 당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감동케 하고 있다. 40여 년 전 불의의 사고로 부군 고 이석지 씨를 잃고 2남1녀의 자녀를 홀로 키우며 고되고 외로운 삶을 살았다. 자식들을 출가시키고 20여 년 전 작은 아들의 근무지인 원주로 손녀딸을 돌보러 왔다가 정착했다. 원주에서의 삶은 순탄할 줄 알았으나 홀로 지내던 딸이 난소암과 대장암 판정을 받아 4년간 딸의 병수발을 들며 단 둘이 살고 있다. 딸은 현재 항암주사와 약도 잘 들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한다.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