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아침을 챙겨 먹고 집을 나섭니다. 좀체 추스려지지 않는 건강을 돌보려고 3월부터 '걸어서 출근하기'를 시작했습니다. 원주천에 봄이 오는 소리도 듣고, 시원한 봄비가 한차례 지나고 난 뒤 생기 가득 날아오르는 새들, 벚꽃 축제 부럽지 않은 꽃나무, 들꽃들 사이로 부지런히 걷는 아침시간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계단을 올라 횡단보도를 몇 번 건너고 나면 중앙로 차없는 거리를 지납니다. 신문으로만 보던 우리동네 재래시장을 인적이 드문 시간에 꼼꼼하게 눈에 담으며 걸을 수 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활짝 열어놓은 문 사이로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도 있고, 공사중인 가게들도 눈에 띄입니다. 그리고 만나게 되는 생선가게, 야채가게….

활기찬 라디오DJ 목소리처럼 분주히 아침을 여는 어르신들 사이를 지나가며 마음 속으로 인사를 건넵니다. "대박이야"트로트 노래에 맞추어 일찍 가게를 찾은 손님에게 고기를 썰어주는 가게 아저씨의 미소를 보니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큰 도로 하나를 건너 이제 곧 직장에 다다르기 전 잠시 신호등 앞에 멈추어 섭니다. 늘 횡단보도 앞이 촉촉히 젖어 있었는데 어느날 보니 시계방 할아버지께서 긴 호수로 물을 뿌리며 빗자루질을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봄햇살이 더 맑게 느껴지는 시계방 앞 횡단보도, 그 앞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이 새롭고 행복했는데 요 며칠 가게 문도 닫혀있고 물기도 더더욱 흔적이 없습니다.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하며 생각합니다. 할아버지께서 편찮으신건 아닌지, 혹 시계도 도장도 찾는 이가 없어 가게도 문을 닫게 되면 어쩌나 문득 친정아버지 걱정하듯 오늘 아침 시계방 할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원주투데이를 보면 대형마트나 백화점 때문에 전통시장 상인들이 많이 어렵다고 매주 소식이 올라옵니다. 우리네 이웃들이 함께 다 잘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일어납니다.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고유가 시대에 건강도 챙길겸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시장의 인심을 체험한 손님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 장사를 준비하는 이른 아침 시장길이 한결 더 신명난 인사로 넘치는 모습을 빨리 보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