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슥슥'
'서걱서걱'
'삭삭'

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보내고 난 뒤, 지난 3월 초순 박경리문학공원에서는 공원지기들의 부지런한 가지치기 작업이 있었습니다.

나무 입장에서는 비몽사몽, 아직 깊은 겨울잠에서 채 깨어나기도 전에 뚝뚝 가지가 잘려져 나갔으니 이런 기막힌 날벼락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싶었을 겁니다. 멀쩡한 생가지가 하루아침에 정신 못 차리게 잘려져 나가야 했으니까요.

가지치기! 아깝지만 눈 질끈 감고 그렇게 가지치기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아시지요? 그렇습니다. 적당한 시기에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가지가 웃자라 가지만 무성하고 열매가 제대로 달리지 않습니다.

그렇게 새 봄, 공원지기들은 살구나무, 모과나무, 사과나무, 감나무…이렇듯 아프고 쓰린 가지치기를 하면서 저마다의 마음속에 부끄럽게 자라는 웃 가지들을 냉엄하게 잘라내는 공부를 합니다. 잘린 가지 중에서 그래도 아까운 가지들을 골라 공원지기들이 사무실로 가져와 물병에 꽂아 두었습니다.

눈길도 그다지 받지 못한 채 한동안 거뭇거뭇 시커멓고 남루하기까지 했던 가지에서 작은 기적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작은 꽃눈이 보이더니 급기야 그 가지에는 빼곡하게 눈꽃처럼 살구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어쩜 향기는 또 얼마나 그윽한지요.

공원지기들은 그 꽃가지 앞을 지나갈 때 마다 소리 내어 칭찬합니다. "예쁘다, 참 예쁘다. 잘했어." 또 배웁니다. 버려진 가지라 할지라도 다시 손을 뻗어 건져내면 그리고 물을 부어주면 생의 남은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간다는 것을.

어느덧 2007년 시작했던 토지학교가 드디어 6기 신입생을 맞습니다. 그동안 아프더라도 더욱 큰나무의 토지학교가 될 수 있도록 매년 가지를 치는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서 걸어온 시간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소설토지학교는 참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었고 세계 어디에도 없는 명실공히 토지가 쓰여진 한국문학의 산실 원주에서 탄탄하게 뿌리내리고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버려지는 것들, 하찮아 보이는 것들,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저희 문학관에서는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그리고 하나, 둘, 셋…계속해서 꽃을 피워나갔습니다. 그렇게 버려졌던 가지에 정성의 물을 부어 꽃을 피운 것처럼 말이지요. 바로 저희 문학관이 그랬습니다. 처음부터 사랑받으며 인정받던 공간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동안 지역에서 박경리 선생님에 대해 토지에 대해 공부한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게 함께 걸어와 준 토지학교 1기, 2기, 3기, 4기, 5기 수료생 여러분과 가까이에서 또 멀리서 응원을 아끼지 않은 고마운 분들께 지면을 빌어 감사 인사 올립니다.

토지학교 6기 신입생 여러분! 지금부터 앞으로 11월까지 마음과 시간과 정성까지 내야 하는 문 앞에 서 있습니다. 부디 박경리 선생님의 삶과 또 위대한 문학작품 소설 토지, 그리고 바로 원주의 이 공간 박경리문학공원이 누구보다도 바로 여러분에게 생의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되고 즐거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느끼고 감동한 것을 널리 여러분의 삶 속에서 실천해 주십시오.

영예의 수료식장에서 긴 과정을 통과하고 토지사랑회의 멋진 회원이 되신 여러분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올 해도 박경리 선생님 일이라면, 소설 토지의 일이라면 그저 먼 길 마다않고 기쁜 마음으로 달려와 기꺼이 강의를 맡아주기로 하신 강사님들 고맙습니다. 토지사랑회 정선용 회장님과 회원님들, 여러분이 계셔서 얼마나 든든한지요.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