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궁창호, 정달자 씨 부부

수필가 정달자(68) 씨의 '늦은 가출'이 문예운동 봄호 소설부문에 당선됐다. 정 작가의 '늦은 가출'은 부부의 일상을 해학적이면서도 감동적으로 풀어내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에서 정 작가와 남편 남궁창호(72) 씨는 앙숙이 된다. 남편의 불같은 성격과 잔소리에 지친 정 작가는 늦은 가출을 해 무작정 동서네 집으로 향한다. 죽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동서네 집에 머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딸과 사위가 손자를 대동해 어머니의 기분을 풀어주러 온 것. 그리고 뒤이어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남편이 멋쩍은 미소를 띠며 정 작가를 향해 오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깜짝 등장으로 정 작가의 얼어버린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이번 작품에서 남편 남궁 씨는 '못된 남편'으로 등장하지만, 사실 정 작가의 작품활동을 든든히 뒷받침해주는 100점짜리 남편이다. 매일 4~5시간씩 책을 읽는 아내를 위해 발품 팔아 책을 빌려다주고, 아내가 쓴 글을 함께 읽어보고 부족한 점은 짚어주며, 잘 한 것은 부추겨주기도 한다.

또한 아내가 작품활동을 하는 동안 옆에 앉아 성경을 필사하며 시간을 보낸다. 천주교를 신앙으로 둔 남궁 씨는 5~6년 전 구약과 신약을 모두 자필로 필사했고, 1년 전부터 다시 필사에 들어갔다. 성경필사에 3~4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신혼 초부터 힘에 부친 결혼 생활은 이들의 정을 더욱 끈끈하게 했다. 정 작가는 7남매 중 둘째이고, 남편은 8남매 중 장남이다. 이들은 결혼 후에도 정작 본인들의 삶은 돌아볼 겨를 없이 가족들을 챙겼다. 남편이 군생활을 하는 동안 정 작가는 파출부, 간병인 등으로 일하며 살림에 보탰다.

정 작가는 자신과 가족들의 삶이 안정을 찾은 이후 60세가 넘은 늦은 나이에 글쓰기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6년부터 상지대 평생교육원에서 글을 배우고 이듬해 부부의 일상을 다룬 '늑대와 살쾡이가 된 부부'로 청하문학 수필시대를 통해 등단했다. 자전소설 '달리재로 가는 길', 수필집 '화려한 산책', 단편소설 '공포의 신혼집' 등을 펴냈다.

정 작가는 "남편이 자신의 결점을 꼬집어 작품의 소재로 사용해 글을 쓰고 싶다면 기꺼이 밟고 올라서도 좋다고 말할 정도로 모든 것을 이해해주었기 때문에 작품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며 "큰 힘이 되어주는 남편이 너무도 고맙고,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써서 그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동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