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개인과 개인이 만나 부부가 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혼 했어도 다툼이 발생하고, 미움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혼이란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도 허다하다.

명륜2동 부녀회장 김간란(61) 씨와 명륜2동 16통장 유영진(62) 씨 부부는 부부에게서 나타나는 고민과 갈등을 지역사랑에 대한 봉사를 통해 극복한 좋은 사례다. 아내의 고향은 경기도 이천이다. 부친은 동네 이장, 모친은 새마을부녀회장으로서 유년시절부터 자연스레 리더십을 배웠다고 한다. 성격이 활발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적극적인 소녀'로 불릴 정도로 다재다능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에 있는 군부대에 근무하고 있는 한 군인으로부터 원주에 좋은 남자가 있는데 맞선을 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부모 또한 승낙하는 분위기여서 내몰리다시피 맞선을 봤다. "당시만 해도 배우자에 대한 선택권이 당사자에게 있었나요. 부모님이 결혼상대자를 고르면 결혼할 수밖에 없는 시대였죠" 이듬해 그녀는 지금의 남편인 유 씨와 결혼하고 명륜2동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남편은 원주 토박이로 엄격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아내가 시집와서 대문 밖을 못 나갈 정도로 유교적 가풍이 남다른 집안이었다. "바른길로 가야 했어요. 효(孝)와 예(禮)는 제 분신과 같았죠. 부모님이 엄격했거든요. 때문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지나가는 노인들을 볼 때마다 부모님이 생각나 늘 도움을 주고 싶다는 그는 원주 KT에서 근무하다 지난 1999년 퇴직했다. 퇴직을 하고나서도 지역에 대한 사랑과 몸에 배인 봉사습관으로 지난 2008년부터 명륜2동 통장을 맡아왔다.

지역을 위해 부부가 한 마음으로 봉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부부는 부녀회장과 통장이라는 직책을 사명감으로 여기며 활동해 주변의 귀감이 되고 있다. 명륜2동 주민자치위에서 회의가 열릴 때면 문제를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조율해가는 과정을 통해 지역문제에 대한 올바른 방안을 제시하고 나아가 부부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집안에서 다툼이 발생해 마음을 다쳐도 지역 일을 함께 추진하다보면 자연스레 화가 풀린다고 한다.

이 부부의 지역봉사정신에 다른 이웃들도 동참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명륜2동은 지난해 '새마을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명륜2동 재활용 수거율이 원주시 전체의 1/3인 이유는 이 부부와 지역민들의 화합과 단결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부녀회장을 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나아가 지역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유 씨는 "봉사의 참된 정신은 실천이라 생각합니다. 명륜2동이 살기좋은 동네가 된 이유는 서로 사랑한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아내를 향해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 적이 없습니다. 여보 알러뷰"를 끝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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