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한강수계기금 사업이어서 개입하기 어렵다"

원주시는 23억원을 들여 부론면 법천3리에 생활체육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인조잔디 운동장, 우레탄 족구장, 체력단련시설, 주차장, 화장실, 음수대, 파고라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그런데 예정부지 인근에 민가라고는 3채에 불과하다. 게다가 윗편은 공동묘지고, 바로 옆으로는 도로 개설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정산2리까지는 약 1㎞, 면소재지인 법천1리까지는 2㎞ 가량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활용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부론면은 65세 이상이 전체 주민의 40%에 달하는 초고령 사회이다. 평균연령도 55.5세로 25개 읍면동 중 가장 높다. 이동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생활체육공원을 만들더라도 이용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예정부지는 1만8천500여㎡로 지난 2008년 약 8억원에 원주시가 매입했다. 매입비는 법천1리에 지원된 한강수계기금으로, 법천1리 주민들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적립한 것이었다. 법천1리 몫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법천1리에 생태공원 조성을 추진했으나 주민지원사업추진위원회에서 법천3리로 위치를 변경했다.

주민지원사업추진위는 한강수계기금이 지원되는 법천1·3리, 흥호2리, 정산1리·4리, 단강리 등 6개 마을의 이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법천1리 윤재선 추진위원은 "2008년까지 기금을 사용하지 않으면 반납해야 된다고 해서 2008년 법천3리 땅을 매입했다"고 전했다. 윤 추진위원은 "법천1리에서 법천3리로 바뀐 배경에는 정치적인 노림수가 있었다"면서 "법천1리 주민들은 지금도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예정부지 옆으로 도로가 신설되면서 예정부지 일부가 도로에 편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 편입부지 및 도로에서부터 일정구간 이격시켜 생활체육공원을 조성해야 하기 때문에 당초 계획한 공원 조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강수계기금을 지원하는 한강유역환경청도 생활체육공원 조성은 기금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 지난해 원주시가 요청한 사업비 10억원을 지원하지 않았다.

법천1리에 사는 우종완 전 시의원은 "원주시 예산이 아니더라도 생활체육공원을 조성할 만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원점에서 재검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문제가 있을 순 있지만 주민지원사업추진위에서 결정할 사안이기 때문에 원주시가 개입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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