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원주시는 국민권익위원회와 '청렴 성공사례 만들기'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자 국민권익위에 '특별 과외'를 요청,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선정된데 따른 것이었다.

'부패기관'이란 오명을 벗기 위한 원주시의 자발적인 노력의 일환이다. 이 외에도 원주시는 청렴등록센터 운영, 부조리신고 보상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청렴도 향상을 위한 강도높은 쇄신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원주시가 공모한 개방형 감사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구 30만명이 넘는 지자체는 오는 7월부터 감사관을 개방형 공모제를 통해 임명해야 한다. 도내 18개 지자체 가운데 원주시만 이에 해당된다. 응시자격은 해당분야에서 3년 이상 근무한 판사, 검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교수나 감사, 법무, 예산분야 등에 근무한 사무관급 이상 공무원이다.

논란의 요지는 공모에 응시한 7명 중 4명이 원주시 퇴직 공무원이란 점이다. 개방형 감사관 제도를 도입한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현재 시스템은 공무원이 동료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자체 감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제 식구 감싸기'라는 온정적 처분을 따를 소지가 있다. 자체 감사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강도 높은 감사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려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 등 전문가 그룹에서 전혀 응모하지 않은 점도 이 제도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채용기준은 엄격한 반면 대우는 낮기 때문에 전문가 그룹에서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임용기간이 2년인 데다 근무실적이 우수해도 최장 5년 범위 내에서 연장이 가능하고, 임금도 공무원 4∼5급 수준으로 변호사, 공인회계사 보다 적다.

이번 논란은 원주시에서도 예견하긴 했지만 임용 과정에서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타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중앙정부 차원의 개선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조사한 '개방형 감사책임자 채용현황'에 의하면 개방형 감사관을 채용한 98개 기관 중 민간기관 경력자를 채용한 경우는 33개 기관으로 전체의 34%에 불과했다.

따라서 전문가 그룹에서 도전할 수 있도록 경제적 처우개선이 필요하며, 단체장으로부터 독립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전문가 그룹의 영입이 용이하게끔 특화된 인재풀을 제공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원주시의 첫 개방형 감사관 임명이 시작부터 논란으로 치달으면서 원주시로서는 여러모로 부담이 되고 있다. 자칫 박차를 가하고 있는 청렴도 향상을 위한 노력에 개방형 감사관 임용이 찬물을 끼얹는 불상사가 없도록 원주시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2차, 3차 공모를 해서라도 납득할 만한 인물을 임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