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그곳에는 봄이 오지 않는다. 지진과 쓰나미, 원전사고로 인해 산더미처럼 쌓였던 잔해들은 1년이 지난 지금에도 전체의 5% 밖에 처리하지 못했으며, 처리 방법조차 불투명하다고 전해진다. 후쿠시마 사람들은 일상생활이 파괴되었고 가족들과 헤어져 뿔뿔이 흩어졌으며, 다른 곳으로 옮겨가도 환영받지 못하는 따돌림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도시는 여전히 폐허 상태에 있고, 살아남은 사람은 고달픈 피난생활과 방사능의 후폭풍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고통 받고 있다. 경제대국 일본이라는 타이틀이 너무나도 무색하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1986년에 발생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수습을 위해 80만명 이상의 군인이 투입되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미 수만 명의 군인이 목숨을 잃었고, 그들 중 40%가 자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체르노빌과 관련한 많은 일들이 아직도 장막 속에 가려져 있다는 현실과 사라지지 않는 방사성 핵종으로 인한 악몽이 계속될 것이라는 어두운 미래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과 미래가 후쿠시마에 다시 투영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많은 국가들이 에너지 문제에 대한 근본적 전환기에 돌입했다. 독일은 2011년에 원전 8기를 이미 폐쇄했고, 2022년까지 17기를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탈핵과 에너지 전환 시대를 선도하게 되었다. 일본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도 원전과 에너지 정책의 전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나섰다. 지난 1월 서울시는 15대 시정운영계획 중의 하나로 2014년까지 원전 1기를 줄일 수 있는 에너지 절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도시에서 생산하는 도시로 전환하겠다는 정책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2월에는 전국 45개 지역의 기초자치단체장이 의지를 모아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도시선언' 이른바 탈핵 도시선언을 내놓고 탈핵을 위한 에너지 조례 제정과 신재생에너지 지원 등의 정책을 결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회에도 탈핵 의원모임이 구성됐으며,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도 탈핵과 에너지 전환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며칠 전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아찔한 뉴스가 전해졌다. 고리원전 1호기에 12분간 전원공급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원전은 전력이 끊기면 원자폭탄으로 돌변할 수 있다. 게다가 원전 관계자들은 관련 규정을 완전히 무시한 채 사고 자체를 철저하게 은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리원전은 작년에 이미 여섯 차례에 걸친 정지사고가 있었고, 부품비리로 인해 주민들의 불신과 불안이 팽배해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다. 이처럼 후쿠시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원전 정책과 관리는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운용중인 원전은 여전히 국민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고, 정부는 원전 확대 정책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는다. 또 신규 원전 대상지로 삼척과 영덕을 선정하는 것으로 무지막지하게 그 뜻을 반영했다.

지금 강원도 삼척시에서는 원전 건설과 관련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강원도민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 무감각하고 무관심한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곧 총선이다. 원주에서는 이제 2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게 되었고 그 만큼 기대도 크다. 그 기대 중에는 또 다시 큰 건물을 짓고 새로운 도로를 만드는 것도 있겠지만, 이제는 사람과 미래를 생각하고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 지역에서도 탈핵을 선언하고 에너지 전환을 고민하는 지속가능한 정치인이 등장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