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회동에 설치된 작은도서관(사진 위)과 담소방(사진 아래). 리모델링을 통해 화사한 외관을 갖췄지만 이용객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시청, 직장인 현실적으로 이용 불가능
시의회, 홍보 부재로 늘 비어있는 상황

원주시청 지하2층에 헬스장, 탁구장, 요가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원주시 공무원이나 공무원 가족 말고는 대부분 모를 것이다. 원주시는 이들 시설을 시민에게 개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직장인이 이용하기는 불가능하다. 시민에게 개방하는 시간이 월∼금요일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가정주부나 노인들 말고는 현실적으로 이용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원주시 공무원에게는 주말과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새벽시간 및 밤10시까지 개방하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공무원은 근무시간 외에 이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새벽과 야간에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청사 옆 원주시의회 1층은 최근 몰라보게 달라졌다. 모임방, 작은도서관, 담소방, 체력단련실이 1층에 각각 설치된 것. 정부의 청사 기준면적을 초과해 구조개편이 불가피했던 데다 시민에게 청사를 개방한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시설을 설치했다고 의회사무국 관계자는 전했다. 담소방에는 빔프로젝트가 설치돼 있으며,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10명 내외의 소모임에 적합하다.

작은도서관에는 도서 1천권이 비치돼 있으며, 체력단련실에는 런닝머신, 탁구대 등이 갖춰져 있다. 담소방 리모델링에 1천400만원, 작은도서관 설치에 약 1천만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시의회가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회동 옆에 있는 시청어린이집 원생들이 작은도서관을 이용하거나 봉화산 등반객이 가끔 쉬어가는 정도로만 활용되는 수준이다. 시청어린이집 원생들은 공무원 자녀이기 때문에 사실상 공무원들의 전유물처럼 활용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의 한 공무원은 "시민들이 적극 활용할 경우 공무원들이 불편해질 수 있다는 게 홍보를 꺼리는 이유"라고 귀뜸했다. 이 공무원은 "청사 보안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순 있겠지만 행정기관을 시민에게 개방한다는 취지를 역행한다는 차원에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내 12개소에 설치돼 있는 주민자치센터도 활용도 측면에서 여전한 지적을 받고 있다. 12개소 모두 동주민센터와 면사무소 내에 설치돼 있고, 공무원 근무시간에만 개방하고 있어 직장인들은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가 불가능한 구조이다. 주민자치센터 설치비 및 센터별로 매년 1천500만원씩 지원되는 운영비가 소수의 가정주부, 노인 등에게만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