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현재 원주시자원봉사센터에 등록돼 있는 자원봉사자는 4만7천700여명이다. 원주시민 100명 중 15명이 원주를 따뜻한 사회로 만드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원주시자원봉사센터에 의하면 전국 자원봉사자 비율은 12% 내외라고 한다. 원주가 다른 도시와 비교해 '가슴이 따뜻한 도시'임에 틀림이 없다. 지난해 이들이 자원봉사에 쏟은 총 활동시간은 36만5천여 시간이다. 연간 총 봉사시간에 평균임금을 적용한 자원봉사의 경제적 가치는 40억원에 달한다. 드러나지 않은 숨은 봉사자의 경제적 가치까지 고려한다면 봉사자들의 자발적 노력이 지역사회를 환하게 밝히는데 엄청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원주를 따뜻한 도시라고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시민서로돕기-천사운동이다. 지난 2002년 8월 이 운동이 시작된 이래 작년 말까지 모두 61억5천300여만원이 모금됐다. 연간 누적 후원자 수도 2009년 23만4천여명, 2010년 31만6천여명, 2011년 33만5천여명 등 꾸준히 늘었다. 월별 모금액수는 들쭉날쭉 했을 지언정 한 달에 1,004원을 후원하는 개미 후원자가 꾸준히 증가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원주의 정체성을 얘기할 때 생명사상은 반드시 거론된다. 동학 제2대 교주인 해월 최시형 선생의 피체지이고,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생명사상과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가 완성된 곳이 원주이다. 치악산 꿩 설화도 생명을 중시한 것이다. 전국 최고의 인프라를 지닌 의료기기산업이 생명을 살리는 산업이란 점에서 생명사상과 연관을 짓기도 한다.

또한 원주는 협동조합 운동의 메카로 불린다. 신용협동조합은 부산에서 처음 시작됐지만 민간으로 스며들어 찬란하게 꽃을 피운 곳은 원주였다. 천주교원주교구 지학순 초대교구장과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고리채로부터 농민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사람답게 사는 공동체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신용조합조합을 결성했으며, 현재의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전체 시민의 약 10%가 네트워크 회원일 정도로 규모 면에서나 역할이 막중해졌다.

타 도시에 비해 자원봉사 문화가 무르익었을 뿐만 아니라 시민서로돕기-천사운동, 원주협동조합 운동은 모두 원주를 '사람 냄새가 나는 따뜻한 도시'로 만들자는 공통의 목적을 갖고 있다.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의 핵심 키워드인 '상호 부조'를 자원봉사 활동과 시민서로돕기-천사운동에 그대로 대입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따라서 타 도시에 비해 매우 성숙되어 있는 이러한 원주만의 고유한 문화를 체계화하고 활성화하기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살만한 도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원주시와 시민사회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는 성숙한 지방자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