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해지긴 했는데 기대만큼은…

태장2동 1군사령부부터 태장교까지 600m 구간의 간판 정비사업이 마무리 됐으나 기대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노후한 건물 외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건물간 조화를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시행돼 가시적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

원주시는 사업구간이 원주로 진입하는 관문이라는 점에서 지난 2010년 육교를 철거하고, 도로 및 인도 정비, 전선 지중화 등 경관디자인 거리조성사업을 실시한데 이어 지난해 간판 정비사업에 들어갔다. 3억3천만원을 들여 도로변 상가 93개소의 간판을 LED간판으로 교체하도록 지원하고, 상인들은 비용의 10%를 자부담 했다. 업소당 200만~400여만원이 들어갔고, 자부담은 20만~40만원이었다. 그러나 간판이 정비된 거리를 바라보는 시민과 대다수 상인들은 예산 투입에 비해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 ◇간판정비사업을 하기 전 태장2동 상가는 건물 벽면 대부분이 간판으로 뒤덮여 있다.(좌)◇간판정비 사업으로 상가당 간판 갯수를 제한하고 규격을 줄이면서 건물이 깔끔해졌다.(우)

간판을 정비한 상인 A 씨는 "건물들이 대부분 오래됐기 때문에 건물 외부가 지저분하고 건물마다 색이 전부 다르다"며 "간판이 정비되면서 간판 크기가 축소돼 감춰졌던 부분이 드러나며 오히려 거리 전체가 더 어수선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상인 B 씨도 "건물들이 노후하다보니 깔끔한 간판을 걸었지만 눈에 띄지 않아 아쉽다"며 "LED 간판은 저녁에 시각적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소수 편의점이나 유흥업소를 제외하고 8시~9시면 문을 닫고 간판을 끄기 때문에 낮 시간에 깔끔하게 보여지는 것을 고려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무작위로 방문한 10여 곳의 상점에서 대부분 비슷한 의견과 불만을 표시했다.

원주시는 시행을 앞두고 기존 간판을 드러낸 자리가 지저분할 경우 건물 도색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시행 과정에서 시공업체는 간판을 떼낸 자리만 도색했다고 한다. 일부 건물주는 전체 건물을 새로 도색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원주시 관계자는 "90% 지원을 받아 LED간판으로 교체한 시점에서 건물주가 의지를 갖고 외벽을 정비했다면 더 나은 효과를 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건물마다 상황이 다른데 전체를 리모델링 해줄 수는 없는 여건이므로 건물주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장2동 주민 C 씨는 "전체적으로 건물의 정비가 필요한 상태에서 간판만 정비를 해 놓으니 간판도 눈에 안 띄고 오히려 촌스러운 분위기를 띠게 됐다"며 "LED 간판으로 교체하느라 많은 비용을 쓰느니 통일성을 갖춘 일반간판을 선택하고 건물 정비를 지원하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간판 정비에 앞서 주민들의 이해와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번 간판정비 사업은 이전 사례의 단점을 보완한 부분도 많았다. 주민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려는 취지로 상인 및 건물주들로 주민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시행업체 선정의 투명성을 위해 디자인 및 시공업체를 추진위가 선정하도록 했으며, 주민 참여 및 디자인 선정까지 추진위원들이 업소마다 찾아다니며 진행했다. 업소마다 최대한 개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한 점도 개선된 부분이다. 하지만 7명으로 구성된 추진위를 제외하고는 상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주민 참여로 이루어졌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원주시는 간판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취지에 대해 주민들에게 충분히 이해시켜야 했으며, 주민들도 관심을 갖고 참여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어야 했다.

올해에는 중앙로 문화의거리 2차 구간에 대한 간판 정비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건물상태 및 분위기를 감안해 디자인 하고, 계획한 시기에 맞춰 사업을 마무리 짓기 보다는 주민들의 이해를 돕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