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공직사회의 반부패 문화 정착을 위해 도입한 청탁등록시스템이 정작 공무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16일 시스템을 가동한 이래 한달이 지났는데도 등록 건수가 전혀 없는 것. 청탁등록시스템은 공무원이 내외부의 청탁을 받을 경우 청탁내용과 청탁자 등을 감사부서에 신고할 수 있는 제도이다. 청탁 때문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사전 신고한 공무원은 징계를 면제받을 수 있다.

원주시는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측정에서 68개 시단위 기초자치단체 중 66위의 매우 저조한 성적을 받자 청탁등록시스템을 전격 도입했다. 부조리가 청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주시는 이 시스템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공무원들은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청렴한 공직풍토 정착 목표
이해부족·홍보부족이 원인

공무원 A 씨는 "사업부서의 경우 청탁이 없다고 볼 수 없으나 청탁의 범위가 모호한 데다 신고했다가 자칫 지역사회에서 매장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청탁등록시스템 등록을 기피하게 된다"고 전했다. A 씨는 "신고를 접수하는 감사부서에서 예시로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주시의회가 작년 7월 개설한 '부정부패 및 예산낭비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도 지금까지 2건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도 명륜2동 장미 식재불량과 공사 2중 굴착 등 언론에 이미 보도된 내용이었다. 원주시가 타당성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무리하게 강행하는 사업이나 세금을 낭비하고 재정악화를 초래하는 행위에 대해 시의회가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였으나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시민은 "전문가가 아닌 다음에야 예산낭비나 부정부패 사례를 일반시민이 알아낼 방법이 없다"면서 "신고센터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도 별로 없고 홍보하는 것도 못봤다"고 지적했다.

강원발전연구원 김주원 박사는 "제도가 있다는 자체 만으로도 효과는 발생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운영의 묘를 살려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시민들에게 제도를 알리는 노력을 꾸준히 하는 동시에 청탁과 예산낭비 등의 사례를 교육해야 하는데, 해당 지자체가 이런 노력을 하기는 껄끄럽기 때문에 정부가 제도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