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가구가 모여사는 우리 마을 주포리는 오래 전 부터 농사를 천직으로 여겨 생활하는 농촌본연의 인심 좋고 경치 좋은 소박한 시골마을입니다. 동네 앞으로는 사계절 냇물이 흐르고 뒷문을 열면 바로 작은 뒷동산으로 이어지지요. 마을 자체가 농사일에 지친 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 줄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요, 휴식처입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풍요로운 마을에 어느 날 갑자기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마을 뒷동산에 공장 허가가 났답니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지요. 마을에서 2~3km 떨어진 것도 아니고 뒷동산에서 가까운 집은 20~30m, 먼 곳은 50~100m 밖에 되지 않는 곳에 공장이라니, '세상에 이런일이' 방송에나 나올 법한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밤잠을 설치며 걱정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무지한 시골 주민들이라 하지만 공장설립허가 전에 공장 관계자나 원주시 공무원들이 주민들의 이해와 동의를 먼저 구하는 것이 당연지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원주시에서는 많은 기업을 유치하고자 막대한 예산을 들여 기업도시를 만들어 놓고도 기업을 유치하지 못해서 안달하는 모습을 시민들은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마땅히 기업도시에 본 공장을 유치하는 것이 적합하며, 정책과도 맞는 것이 아닐는지요.

원주시와 공장 관계자는 전혀 마을에 피해가 없는 친환경 합성목재 제조공장이라고 해서 이와 유사한 공장이 대안리에 있다기에 주민들이 견학한바 있는데 공장 소음은 귀를 찌를 듯 요란하고 화공약품 냄새는 머리가 아플 정도였습니다. 오폐수는 밖으로 배출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을 목격하기도 했고요. 공장이 마을에서 2km이상 떨어져 있는 것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됐습니다. 주민들이 보고들은 것이 이럴진대 어찌 걱정이 아니 되겠습니까.

생각하건대 공장을 운영하기에는 무엇보다 교통망이 편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통망이 잘 갖추어진 기업도시를 외면하고 거리도 멀고 교통도 불편한 시골마을로 굳이 공장을 이전하려고 하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주민들 몇 분이 수차례 원주시청을 방문해 공장설립허가를 취소하여 줄 것을 건의한 바 있지만 시에서는 각종 법규를 들어가며 안 된다는 답변만 해줄 뿐이랍니다. 진정 이것이 우리나라 법이요 정책이라면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법이요, 정책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또한 공장 진입로 입구에는 중증환자들의 요양소가 있습니다. 마지막 생을 준비하는 중환자분들의 요양소인 것입니다. 이런 곳에 진입로 폭이 부족하여 일부 요양소 부지를 편입해서 진입로 공사를 한다니 이를 어찌 설명해야 합니까. 부디 원주시에서는 법규만을 논하지 마시고 주민들의 심정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