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원주점 입점 이후 지역 내 중소상공인간 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대형마트 입점에 관한 사업조정신청권을 둘러싼 새로운 공방이 예상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롯데마트 원주점 입점을 반대했던 원주 슈퍼마켓 점주들은 지난 1월 18일 강원도로부터 강원원주슈퍼마켓협동조합(이사장: 이병호) 인가를 승인받았다. 소속회원 조합들에게 저렴한 물류비용 경쟁력을 갖게 해 슈퍼마켓 운영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창립된 강원원주슈퍼마켓협동조합은 롯데마트 원주점 철수, AK플라자 및 홈플러스 원주점 입점 철회 등에 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호 이사장은 "원주물류사업협동조합이 원주 슈퍼마켓의 대표 역할을 해야 하는 소임을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대형마트 입점에 찬성하는 것을 두고 슈퍼마켓 점주들이 개탄하고 있어 협동조합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원원주슈퍼마켓협동조합과 뜻을 같이하는 단계동 상가번영회 김호식 회장도 "기존에는 원주물류사업협동조합이 사업조정 신청권을 갖고 있어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법에는 사업협동조합보다 협동조합이 우선권이 있어 앞으로 주도적으로 행동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주물류사업협동조합은 610개 회원사 중 310개가 회원사로 되어 있는 사업협동조합으로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에관한법률에 따라 롯데마트, 홈플러스 입점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권을 사용해 왔고 대형마트 입점과 관련해 전국 최초로 지역특화존을 신설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제는 강원원주슈퍼마켓협동조합이 이러한 영향력을 토대로 대형마트 입점을 막겠다는 것.

이에 대해 원주물류사업협동조합 이준섭 이사장은 이러한 계획들이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 이사장은 "유통산업발전법 SSM 사업조정제도 시행지침 4번 사전조정협의회의 구성 및 운영 2항을 보면 원만한 자율조정과 협상과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사업조정 신청업종 당사자 외 제3자는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며 "홈플러스는 이미 오래전에 사업조정에 들어갔기 때문에 강원원주슈퍼마켓협동조합은 제3자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형마트 입점을 둘러싼 중소상공인 간 공방에 대해 우려가 많다. 지난해 말 열린 AK플라자 입점저지 대책회의에서 한 상인은 "대형마트들이 원주로 속속 들어오고 있는 시점에서 힘을 모아 대응해도 모자랄 판인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한 슈퍼마켓 점주도 "양 조합간 다툼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대형마트만 살이 찌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다니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