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나 발, 채 등으로 악기를 두드리거나 흔들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를 총칭해 '퍼커션'이라 부른다. 북이나 드럼을 비롯해 실로폰, 심벌즈, 탬버린 등 다양한 타악기들이 포함되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콩가', '봉고' 등 가죽을 두드려 소리를 내는, 중남미나 아프리카에서 발달된 타악기들이 퍼커션을 대표하는 악기로 꼽힌다.

원초적인 리듬, 경쾌한 울림이 매력적인 퍼커션 악기는 국내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미 국내의 많은 뮤지션과 일반인 사이에서 사랑받는 악기로 손꼽히고 있으며,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가 퍼커션 악기 '젬베'를 두드리며 리듬에 맞춰 멋들어지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퍼커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원주에서 퍼커션의 매력에 흠뻑 빠진 사람들이 동호회를 구성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007년 창단한 '원주퍼커션동호회(회장: 정명재)'다. 인터넷 다음카페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상에서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회원 수는 250여명에 달한다. 회원 간 정기모임을 통해 퍼커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연주 실력을 쌓고 있으며, 그동안 원주따뚜, 강원과학축전 등에서 부스를 운영하며 다양한 악기를 전시해 퍼커션 홍보대사 역할도 톡톡히 했다.

원주퍼커션동호회를 만든 장본인은 정명재(53·동아의료기 대표) 회장이다. 지난 2006년 '원주비바라틴살사댄스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했던 게 계기가 됐다. 당시 살사댄스를 배우며 라틴음악에 매료됐다는 정 회장은 음악의 원천인 퍼커션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다양한 퍼커션 악기를 구입하기 시작했고 서울에 있는 학원을 다니며 연주하는 법을 배우는 등 열정을 쏟았다. 정 회장이 소장한 퍼커션은 10만원짜리 봉고부터 150만원을 주고 구입한 콩가까지 100여개이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천만원에 달한다.

2007년 창단 초기에는 라틴 퍼커션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최원협 베스트드럼학원 원장의 지도로 실력을 쌓았다. 단지 퍼커션을 배워보겠다는 일념 하에 해외 원정길에 오르기도 했다. 정 회장은 그동안 콩가와 봉고가 가장 발달해 있는 쿠바를 비롯해 콜롬비아, 멕시코, 과테말라 등 중남미 지역과 스페인까지 방문했다. 회원들은 이런 정 회장을 보고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의 뜨거운 열정을 가진 분"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원주퍼커션동호회의 분신과도 같은 동호회 소속 밴드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원주퍼커션동호회는 자체적으로 음악에 소질이 있는 회원들을 모아 '노란우산밴드(과거 쵸코라떼 길거리밴드)'와 연세대 원주캠퍼스 학생들로 꾸려진 '독수리오형제밴드' 등을 결성, 종종 게릴라성 거리공연이나 복지시설 등을 찾아가 재능기부 공연을 펼쳐왔다.

퍼커션과 더불어 보컬들의 노래, 기타, 베이스, 멜로디언 등이 어우러지며 라틴음악, 가요, 팝, 트로트 등 장르를 불문한 다양한 곡을 들려주고 있다. 문화의 거리, 장미공원, 단관근린공원 등이 이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는 무대다. 홍귀숙 총무는 "같은 음악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보니 언제나 즐겁고, 거리로 나가 부담 없이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우리의 음악을 들려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올해 더 많은 거리공연, 복지시설 방문 공연에 역점을 둬 지역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보다 따뜻한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동호회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