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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즐거운가?
2012년 01월 25일 (수) 최재석 한라대 건축학부 교수 wonjutoday@hanmail.net
   

지난해 말 바로셀로나를 20년 만에 다시 찾았다. 20년 전에는 유학중이었고, 자료조사차 몇 가지만 서둘러 살펴보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스페인의 국토면적은 한국의 5배인데, 인구는 4천만 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스페인을 찾는 관광객은 스페인 인구의 두 배 가까운 7천만 명이 넘고, 바로셀로나시에만 2천만명이 다녀간다고 하니 가히 관광천국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볼거리를 만들어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 낸 결과라고 본다. 즐거움과 볼거리는 도시에 새로운 아이템을 불어넣어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도 있지만, 그 도시가 갖고 있는 오랫동안의 역사적 축적과 그 축적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무언적 공감대가 뒷받침하여 형성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스페인을 관광천국으로 만든 데에는 스페인의 자연 풍광이나 성당을 비롯한 역사 유적 등을 빼놓을 수 없겠지만, 무엇보다 바르셀로나가 낳은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의 역할이 크고, 이를 지지하고 사랑하며 그의 건축사상에 공감하는 시민들의 힘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물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5개나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유네스코가 한 도시에 2개 이상 등록시키지 않는다고 하는 전통을 깬 바 있다.

도시는 복잡하고 다양한 이익 집적체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개인에게 불리하면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도시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그 도시는 별로 즐겁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람들 사이에 공감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공감의 시대」에서 '이기적 개인 집단에서 공감적 도시형 인간'으로의 전환을 역설하고 있다.

이는 '어떤 사람이 자기와 다른 사람의 경험을 느끼며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즉 사람들 간의 관계와 삶의 질적 향상에 대한 상호관심에 공감하면서 공유하는 단계로 발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에서의 지속적 즐거움은 기존에 갖고 있는 하나하나의 작은 가치를 발굴하여, 이를 극대화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흥미를 갖게 하는 유형적 가치와 여기에 무형적 가치가 더해져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사건들에서 만들어진다.

예를 들면 날씨가 좋은 날이나 주말에 도시의 여기저기를 목적 없이 기웃거리며 배회할 때 눈에 들어오는 다양한 만남이다. 이는 벼룩시장이나 5일장의 세세한 물건들일 수도 있고, 나 홀로 벌이는 거리 예술가의 판토마임이나 연주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즉 나와 다른 세상과 우연히 교감하는 일상적 즐거움 같은 것이다. 이런 소소한 공감이 교류하고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 내는 현상을 리프킨은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라는 용어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사람들 사이의 감정교류, 즉 감정이입으로 생기는 공감적 현상이 앞으로의 시대를 이끌 것'으로 보는 것이다. 사람들 간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도시의 가시적·양적 팽창주의는 도시의 정체성을 잃게 되는 것은 물론 지속 가능한 즐거움도 얻지 못하게 만든다.

원주투데이 신년 사설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2012.1.2)에서 이야기한 '외형적인 변화를 보면 원주가 발전하고 있는 것'이나 '도시발전이 모든 사람에게 보다 나은 삶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라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1949년에 11만 명 정도였던 인구가 현재 32만 명 정도로 3배 가까이 늘어났고, 도시의 양적 발전은 그 이상이라 할 수 있지만, 원주답고 즐겁고 볼거리 많은 도시로 성장했는가는 의문이다.

다른 도시에 없는 원주에서만 찾을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이며, 원주를 보다 원주답게 할 수 있는 것은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자.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와 사람들에 애정을 가졌듯이 원주 사람들 역시 원주에 애정을 갖고 공감대가 형성될 때 원주는 더욱 즐겁고 볼거리 많은 도시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다시 한 번 돌이켜보자.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원주는 정말 즐거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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