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FC' 설립 국내 대표 대회로 성장시킨 주인공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종합격투기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2010년 10월 종합격투기 대회 '로드FC'가 처음 개최된 이후부터다. 첫 대회 이후 전국 종합격투기 선수들과 마니아들 사이에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합격투기 대회로 성장시켰다. 그런데 이 대회를 만든 사람이 원주사람이다. 주인공은 단구동과 무실동에서 '팀포스(TEAM FORCE)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정문홍(37) 대표다.

정 대표는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고, 열심히 운동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문제는 이들이 설 무대가 없다는 것이었다"면서 "이익을 바라고 시작한 것이 아니며, 선수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사실 종합격투기 선수가 되고자 노력했던 인물이다. 원주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정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남다른 운동실력으로 합기도, 킥복싱, 격투기 등 전국대회에서 수차례 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10년 전 '프라이드 FC' 진입을 목표로 일본 유학길에 올랐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현지에서는 실력이 뛰어난 선수보다 흥행을 위한 비즈니스용 선수들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는 생각에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결국 귀국을 선택했다.

원주와 서울을 오가면서 일본에서 쌓은 경험으로 후배들을 지도하며, 또한 언젠가 메이저 무대에 서는 격투기 선수로서의 야망을 품으며 구슬땀을 흘렸다. 하지만 2년 전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일본 진출의 꿈을 사실상 접어야 했다. 더욱이 2000년대 초·중반 성황을 이루던 일본의 메이저 격투기 대회 '프라이드'와 'K-1'을 비롯해 국내 주요 격투기대회도 이때쯤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 정 대표의 꿈도, 메이저 대회에 진출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던 선수들의 꿈도 사라져 버렸다.

실의에 빠진 선수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던 정 대표는 큰 결심을 내리게 된다. 2010년 10월 첫 발을 내딘 로드FC는 이렇게 시작됐다. 대회 개최 비용을 본인이 모두 부담하는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나마도 적자 운영이었다. 그래도 정 대표는 "내 이익은 바라지 않고 선수들을 알리고 이들이 무대에 서는 것에 만족할 뿐"이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다행히 지난달까지 5회 대회를 거치는 동안 로드FC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서 스폰서가 늘어 부담이 줄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국민의 관심이 커진 것이 고무적이다. 1회 대회에 티켓 800장을 매진시키며 좋은 출발을 했었는데 점차 관중이 늘어 작년 12월 말에는 3천100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격투기대회 국내 최다 관중 동원 기록을 세웠다. 로드FC가 배출한 걸출한 스타들도 한 몫 했다. 연예인 1호 종합격투기 선수인 인기 개그맨 이승윤(팀포스)과 슈퍼코리안 데니스 강, KBS2TV 남자의 자격으로 스타덤에 오른 서두원, 북파공작원 출신 파이터 김종대(팀포스)가 그들이다. 특히 정 대표의 지도를 받은 이승윤은 최근 대회를 열 때마다 거금의 후원금을 쾌척하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현재 종합격투기 전용 경기장 건립을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정 대표는 전용경기장 건립에 앞서 원주에서 1년에 한번 정도 대회를 열겠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가을에는 선수들을 대거 투입해 로드FC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또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종합격투기 대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향후 원주에서 대회를 개최해 원주를 종합격투기의 메카로 만들겠다"면서 "국내 종합격투기 발전을 위해 열심히 뛸 것이고, 무엇보다 전국의 모든 선수들과 지역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원주 팀포스 선수들에게도 많은 격려와 관심을 보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대회를 준비하느라 여력이 없었는데 올해는 출전해 선수들과 실력을 겨뤄보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한편 로드FC 6회 대회는 오는 2월 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 3월 25일경 7회 대회가 예정돼 있으며, 앞으로 한 두 달에 한 번씩 대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