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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모두에게 상처일뿐이다
2012년 01월 09일 (월) 정유선 원주여성민우회 대표 wonjutoday@hanmail.net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흑룡의 해가 밝았다. 그런데 2012년 새해 벽두부터 기분좋은 소식보다는 우리를 슬프게 하는 소식들이 더 많은 것 같다.

2011년 마지막을 넘기지 못하고 우리나라 민주화의 큰 별인 김근태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며칠 후 지관스님도 입적을 하시니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기쁨보다는 슬픔으로 맞게 된다. 게다가 연일 학교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아이들에 대한 뉴스보도는 슬픔을 넘어 우리 어른들에게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다들 학교폭력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는지 대통령부터 앞장서서 학교폭력 예방 종합대책을 만든다, 학교폭력 근절 자문위원회를 만든다, 범정부차원의 TF팀을 구성한다며 분주하다. 그리고 한나라당에서는 긴급신고전화를 만든다 하고, 민주당에서도 대책특위를 구성하고, 서울지방경찰청에서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전문 경찰관을 교육현장에 배치하는 '스쿨폴리스(학교지원경찰관 제도)'를 도입했다. 정부와 각 당이 연초부터 학교폭력문제로 매우 바쁜 모양새다.

그런데 언제나처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시끄럽기는 한데 대책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사건이 있을 때 마다 몇 년째 비슷한 내용의 대책들이 만들어졌다 사라지고 있으니 이런저런 특위 구성이나 내놓는 대책에 대한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그리고 더욱 걱정인 것은 현재 내놓는 대책이 대부분 처벌강화에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처벌규정이 약해서 학교폭력문제가 몇 년째 심화되고 있다는 판단인가 보다. 과연 연령을 낮추어 처벌을 강화하면 학교폭력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도대체 무엇이 우리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걸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아이들은 친구를 괴롭히면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걸까?

그러나 자살은 10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국가에서 1위다. 대한민국에서는 대통령부터 어린 학생들까지 자살을 택하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학생들이 성적 스트레스를 받아서' '왕따를 당해서' 같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0대의 자살도 결국 한국사회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학교는 작은 사회의 압축판이고, 작은 세계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건 아이들에게 자기 세계의 전부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일본의 대지진이나, 아프카니스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보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것이 개인에게는 더 큰 절망으로 다가온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건 '너도 성공해서 강자가 되라'는 것 뿐이며,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사회구조가 학교에도 투영된다. 이런 사건이 있을 때 마다 학교는 은폐하고 축소하기에 급급할 뿐 피해학생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영화 도가니에서 보여졌듯이 힘있는 자들에게 무력한 경찰, 검찰, 어른들을 보며 아이들은 어른들이 도움이 되리라고 믿지 못한다. 그래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학교폭력 문제가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면 처벌중심의 대책보다는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피해자는 철저히 보호받고, 가해자는 철저히 교육하고 처벌하는 제대로 된 사건처리가 늘어나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자신이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믿고 도움을 청할 수 있으리라 본다. 또한 의무적인 교육을 통해 부모나 교사, 학생들이 이런 일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피해자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하며, 교사나 부모의 일상적인 훈육을 빙자한 폭력이 아이들에게 학습됨을 기억해야 한다.

얼마전 원주에서도 아동보호시설에서 교사에 의한 원생폭행사건이 있었다. 이런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처벌 그리고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결과가 우리 아이들이 어른을 믿어도 되는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리라고 본다. 도움을 청한 아이들에게 우리사회가 어떻게 손을 잡아주는지, 제2의 도가니 사건이 되지 않도록 원주시민이 지켜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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