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수 전 원주문인협회 회장(왼쪽)과 최근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아들 김영두 씨가 지난 4일 박경리문학공원을 찾았다.

아버지와 아들이 28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신춘문예에, 그것도 같은 신문사 동일한 부문에 당선돼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198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당선자 김성수(68) 전 원주문협 회장과 올해 같은 신문 신춘문예 동시부문에서 당선의 영예를 안은 아들 김영두(46·원주시청) 씨.

 지금까지 희곡 부문에서는 동일한 신춘문예를 통해 부자 당선자가 배출된 일이 있지만 그 외의 분야에서 대를 이어 부자 당선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아들 김 씨는 학창시절은 물론, 20여년간 공직에 근무하면서 문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 온 인물이어서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김 씨의 당선작은 '철이네 우편함'. 강 건너 우편함에 산새가 새끼를 치는 바람에 옆 소나무에 바구니를 하나 달아놓은 산골 소년의 순박함을 표현했다. 김 씨의 작품은 "한편의 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정경과 따스한 마음이 어우러진 수채화 같은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대학에서 컴퓨터응용제어공학을 전공한 김 씨가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신도 아버지를 닮아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후 부터다. 아버지 작품을 CD로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작품들이 롤 모델이 됐다.

그 때부터 꾸준히 습작을 하고 다니는 교회에서 시낭송을 하기도 했지만 감히 아버지 앞에 작품을 내놓지는 못했다. 교사이자 시인이었던 아버지는 늘 자식들에겐 엄하고 칭찬에 인색한 분으로 기억됐기 때문이다. "이따위를 시라고 썼느냐"고 당장 꾸지람이라도 떨어질까 염려가 앞섰다. 그만큼 시인 아버지는 아들에게 스승이자 높은 산이었다.

하지만 기우와는 달리 김 씨의 작품을 받아 든 아버지는 내심 놀랐단다.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아들의 시가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격려에 힘을 얻은 김 씨는 지난해 공무원문예대전 시조 입상, 강원신인문학상 동시 당선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내친김에 경험삼아 첫 도전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당선의 영예까지 안게 됐다. 대학 1학년 시절부터 신춘문예에 도전했던 아버지가 14번 만에 당선한 그 신춘문예에서 아들은 첫 도전에 등단의 꿈을 이룬 것이다.

김성수 전 원주문협 회장은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면서도 아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는 표정이다. 자신의 뒤를 이어 아들이 등단한 것도 기쁜 일이지만 한시학자였던 선친(학산 김종만 선생)과 자신, 아들까지 3대가 문인의 맥을 잇게 된 기쁨도 크다. 김 전 회장의 아우이자 김 씨의 삼촌인 김양수 강원문협 사무국장까지 더하면 3대에 걸쳐 4명의 문인을 배출한 집안인 셈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시인이 된 김 씨는 "처음 당선 통보를 받고 믿기질 않아 한 동안 정신이 멍해 있었던 것 같다"며 "사실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앞으로 "자연에 관한 시와 성시(聖詩)를 쓰고 싶다"는 김 씨는 "내 시가 꿈이 없는 사람들에게 꿈을 찾고 소망을 안겨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회장 집안엔 지난 연말 경사가 겹쳤다. 김 전 회장의 시 '울 할머이의 추억'이 중학교 3학년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것을 비롯해 춘천에서 활동중인 김 전 회장의 아우 김양수 도 문협 사무국장은 한국예술상 대상을 수상했다. 문학과는 거리가 있지만 김 전 회장의 아내이자 김 씨의 어머니 전경자(67) 여사는 평창에서 열린 제1회 국민생활체육회장기 전국탁구대회 60대부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2011년에서 2012년으로 이어지는 시간이 그 누구보다 행복한 부자(父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