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는 지난 2009년 4월 국제 안전도시 공인을 받았다. 수원시, 제주도, 송파구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로 받은 공인이다. 2005년 안전도시 사업에 착수해 4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안전도시는 시민들이 각종 손상과 재해로부터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매력적인 사업이다.

그런데 안전도시 공인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원주시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전문기관 용역 결과 2007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손상자 수가 전국평균은 61.2명이었는데 원주는 80.9명으로 매우 높다는 것이다. 원주가 안전하지 않은 도시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손상이란 사고, 폭력, 재난, 자해 등의 위험인자로부터 영향을 받는 상태를 말한다. 손상자 수가 전국평균 보다 높다는 것은 다른 도시에 비해 시민들이 각종 위험인자에 많이 노출돼 있다는 얘기가 된다.

원주시는 공인을 계기로 2009년 1월 안전도시과를 신설했고, 안전도시를 만들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안전도시과에 배정된 예산은 공인 첫 해인 2009년 89억3천여만원에서 2010년에는 157억5천여만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올해는 전년도의 1/3 수준인 52억여원으로 급감했다. 내년 본예산에는 112억8천100만원이 책정됐지만 원동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 55억5천300만원, 태장2동 청룡마을 안전환경개선사업 10억원 등 2건을 제하고 나면 50억원이 채 안된다.

게다가 원주시는 재난예방시스템 구축에 주력할 뿐 시민들의 안전의식 향상을 위한 노력은 게을리하고 있다. 올해 시행된 안전의식 사업은 안전일기장·안전의식책자·교통사고예방 안전용품 보급, 어린이 호루라기 제작 등에 불과했다. 하천감시카메라·재난문자전광판·기상정보관측기 설치 등의 재난예방시스템 구축은 안전도시 사업과 무관하게 안전도시과의 전신인 재난안전관리과에서 이미 해오던 사업이다.

안전도시 공인을 받기 위해 들인 노력 및 공인을 받은 직후의 열기에 비하면 지금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부에 와닿는 안전도시 사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시민들의 질타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대검찰청 '2011 범죄분석'에서 원주는 인구대비 폭행 발생비율 전국 2위, 교통사고 발생비율 전국 3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남겼다. 최근 발표된 국토해양부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에서도 원주는 다른 도시와 비교해 교통안전영역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도시 공인이 무색할 지경이다.

또한 안전도시는 5년 단위로 재공인을 받아야만 한다. 지금 상태로 운영하다가는 2014년 공인 심사에서 탈락하는 창피를 당할 수 있다. 재공인에 실패하는 치욕적인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가오는 새해에는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안전도시 사업이 시행되길 바란다.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위한 사업은 시민 모두가 바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