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황둔송계정보화마을 김광수 운영위원장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우리 마을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아요. 원주에서 가장 오지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마을이 됐어요

올해 전국 365개 마을 중 우수마을로 선정돼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정보화마을'이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특히 행정안전부는 올해 6월 23일 탄자니아에서 개최한 UN 공공행정상시상식에서 '정보화 마을'로 1위의 영예를 안았다.

우리나라 정보화마을이 이처럼 세계적 관심을 받기까지는 정부의 노력도 있었지만 전국 최초 정보화마을인 '황둔송계정보화마을(위원장: 김광수)'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0년 12월말 전국 최초로 시범마을로 선정된 이후 성공적인 운영으로 정보화마을 모범사례로 떠올랐다.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는 노인'으로 전국 언론을 통해 유명세를 탔고, 벤치마킹을 오는 마을이 줄을 이었다.

최근 황둔송계정보화마을에 경사스러운 일이 생겼다. 행정안전부가 전국 정보화마을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보화마을 운영 평가에서 우수마을로 선정돼 장관상을 수상하게 됐다. 원주시는 지자체부문 장관표창을, 10년 동안 황둔송계정보화마을을 이끌어 온 김광수 위원장도 개인부문 장관표창을 받는다. 시상식은 오는 23일 서울 인재개발원 세종홀에서 열린다.

본지는 황둔송계정보화마을의 든든한 일꾼인 김광수 위원장을 만나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10년 전 이 마을은 어땠나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죠. 꼭 우리마을을 두고 한 말 같아요. 지금이야 많이 알려진 덕분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주시고 주민 소득도 꽤 늘었는데 10년 전에는 이렇지 않았죠. 원주에서도 가장 외곽에 위치한데다 시내에서 우리 마을로 오려면 치악재, 싸리재를 힘들게 넘어야만 올 수 있어서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텔레비전도 잘 안나오는 오지마을이었어요. 우리 마을을 황둔찐빵마을이라고 부르잖아요? 당시 찐빵가게는 딱 1개 있었습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겠죠.
　
초기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2000년에 시범마을로 선정되고 마을에 초고속 통신망이 깔렸어요. 100여가구에 PC를 보급했고 정보센터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보화교육을 실시했습니다. 마을 홈페이지도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지요. 컴퓨터 다루는 일이 문제였죠. 시골마을 특성상 주민 상당수가 어르신들이라 우려됐고 젊은 사람들도 썩 잘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꾸준히 교육을 받으니 실력이 늘더라구요. 어르신들도 컴퓨터를 곧잘 다루시더군요. 인터넷 직거래도 무난히 소화했으니까요.

방송이나 신문에도 여러번 나왔고 TV광고까지 출연했죠. 벤치마킹 오는 마을도 많았습니다.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저 컴퓨터만 잘 다루는 동네로 남고 싶지는 않았죠. 정보화시스템을 기반으로 마을 스스로 자립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정보화마을의 취지니까요. 먼저 농산물 직거래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정보화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보다 체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지요. 마을회관은 사무실로 꾸며졌고 온·오프라인 매장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를 강화하고 인터넷 직거래 활성화를 꾀했습니다. 자매결연단체는 물론 입소문을 듣고 문의하신 분들께 지역에서 생산한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 소득을 창출했습니다. 현재 거래하는 품목이 50개가 넘어요. 2009년부터는 절임배추 가공공장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마을 준고랭지 배추는 품질이 아주 뛰어나요. 사실 김장철 이후에는 시골마을에서 소득을 창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절임배추가 효자노릇을 했죠.

찐빵거리도 한 몫 했습니다. 10년 전 한 곳이던 찐빵 가게가 지금은 9개로 늘었습니다. 정보화마을로 오가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찐빵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각 점포들은 평범함을 거부하고 다양한 시도를 했죠. 흑미, 쑥, 옥수수 등으로 만든 쌀 반죽에 팥 앙금도 들어가고 고구마, 단호박, 채소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갔어요. 주말만 되면 찐빵 사러 오는 손님들로 거리가 떠들썩 합니다.
　
소득수준이 꽤 늘었다고 하던데…
가구당 소득수준이 약 10배정도 늘었습니다. 직거래장터가 활발하고 서마니강, 감악산, 매봉산 등 관광자원도 풍부하기 때문에 외부 관광객이 크게 늘어 경제상황이 좋아졌죠. 직거래장터에서만 연간 5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립니다.

중개상인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손님들에게 배송하기 때문에 농가들에 돌아가는 소득도 많아지죠. 정보화영농조합법인 자산은 10억원이 넘습니다.

자매결연단체가 많다면서요.
자매결연단체들은 우리마을의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현재 회원이 15만명인 오토캠핑동호회 '캠핑퍼스트'를 비롯해 강남구 역삼1동, 시흥시 정왕2동, 강원도 맑은물보전과, TG삼보컴퓨터까지 5곳입니다. 각 단체들의 가족까지 더하면 약 8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들과 우정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매년 자매결연단체 가족들을 초청해 도심에서 접할 수 없는 농촌마을체험으로 추억을 만들어 드렸고, 김장김치도 함께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내년에는 회원수 1천500여명의 오토캠핑동호회 '캠핑따라하기'와도 자매결연을 맺을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가장 급한 일은 바로 오토캠핑장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자매결연단체들에게 가장 미안했던 것이 숙박할 곳이 모자랐던 것이었어요. 마을에 이미 오토캠핑장이 있고 서마니강 주변에 펜션들이 있지만 성수기에는 숙박할 곳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오토캠핑장을 조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제가 땅 7천평을 내놓았습니다. 그동안 우리마을에 쏟아주신 성원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라도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황둔권역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단에서 70%, 정보화마을에서 30% 등 6억8천만원을 투입하며 올해 말부터 부지를 조성하고 내년 5~6월경 준공을 목표로 추진중입니다.

우리마을이 이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주민들의 단단한 결속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황둔·송계리 주민들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지역사회의 격려와 관심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지금처럼 한 뜻으로 마을발전을 위해 의기투합해나간다면 원주 최고, 아니 전국 최고의 마을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켜봐주십시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