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근 1년 사이 대규모 전문콜센터 3곳이 원주로 이전하면서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대다수가 여성들 일자리여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주)케이티스(KT is) CS강원전략본부(본부장: 박두남, 이하 KT)는 관설동에 KT전문콜센터를 개소하면서 1차로 전화상담원 102명을 채용한 이후 수시로 채용인원을 늘려 현재는 320명에 달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에도 200명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 7월 문을 연 (주)동부화재 원주상담센터(센터장: 안영화)도 개소 당시 40여명을 채용했는데 지금은 102명이 일하고 있으며, 내년에 100~150명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다. 최근 원주로 이전한 동아일보 컨택트센터는 100명 고용을 목표로 전화상담원을 모집중에 있다.

3개 콜센터에서 지난 1년동안 신규 채용한 전화상담원만 500여명으로 기존에 있던 KT단구동 센터 114전화상담원 360여명과 동부화재다이렉트자동차보험 원주센터 50여명, 그 외에 10~20명 미만이 근무하는 곳까지 합하면 전화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은 1천명이 넘는다.

특히 이들 중 남성은 1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여성이고 여성 중 40% 정도는 기혼여성이어서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기혼 여성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서비스산업 분야에서 기혼 여성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것은 맞벌이에 따른 가계소득 증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대규모 콜센터가 원주로 이전하기 전에는 원주에서 여성들이 일할만한 곳이 많지 않았다. 원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 따르면 30세 이상 기혼여성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전문직을 제외하면 공장 생산직, 식당 주방보조 및 서빙, 경리·사무직 등이 전부다. 게다가 전문직을 제외하고는 근무환경이나 임금이 열악한 편이다. 그나마 40대가 넘어가면 취업이 어려워 청소일을 선택하는 여성들도 많다.

이명진 취업설계사는 "원주에는 여성일자리가 많지 않은데다, 아이가 있는 주부가 일할 만한 곳은 더 적고, 대부분 단순노무직으로 급여수준이 낮고 근무시간은 길어 주부들이 적합한 일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대형 콜센터 원주이전은 근무조건이 기존보다 좋은 여성일자리가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기혼여성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라고 진단했다.

대형 콜센터 근무조건은 기존 일자리에 비해 좋은 편이다. 식당에서 일하는 경우 보통 하루 12시간 일하고 월 120~130만원을 받는다. 게다가 휴무일 월 2~3일밖에 안된다. 공장 생산직은 주6일 근무가 많고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어서 잔업을 하지 않으면 월 93만원, 특근을 해야 120만원 정도를 벌 수 있다. 경리·사무직은 주 5일 근무에 하루 8시간 근무하고 월 평균 100만원 정도로 근무환경은 다른 직종에 비해 좋지만 급여는 많지 않고 40세가 넘어서까지 근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원주로 이전한 콜센터는 대부분은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를 하면서 평균 급여가 월 160만원 정도다.

물론 경력에 따라 130만원~200만원까지 차이는 있지만 다른 일자리와 비교하면 그 정도도 적은 임금은 아닌 것.

또한 깨끗한 환경에서 지나친 육체노동을 하지 않고 일 할 수 있다는 점도 여성들에게는 좋은 조건이다. 여성이 많다보니 결혼, 임신 및 출산 등 여성 근로자가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도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직장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부각된다. 연령대는 대부분 입사당시에만 만 40세 미만으로 제한하고 입사 후에는 제한이 없어 기존 KT 단구동 114센터에는 50대 전화상담원도 다수 근무하고 있다.

정유선 취업설계사는 "대도시에서는 여성들에게 전화상담원이라는 직업이 선호도가 높은 편이고 좋은 직장이라는 인식이 많다"며 "그만큼 콜센터가 정착된 도시에서는 전화상담원이라는 직업이 여성들이 일하기에는 좋은 일자리로 인식되어 있다"고 말했다. 단점이 있다면 전화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는 특성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 때문에 좋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직률은 높은 편이라고 한다.

또한 원주에서는 소규모 전화상담센터들이 경영 악화로 갑자기 문을 닫거나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례들이 있어 전화상담원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대형 콜센터들이 잇따라 이전하면서 전화상담원 수요가 급증하자 전문인력 양성 과정도 활기를 띨 예정이다. 상지영서대학교(총장: 최석식)는 최근 KT와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콜매니저경영과를 신설, 신입생 모집에 들어갔다. 상담센터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 공급하는데 목적이 있는 만큼 전문적인 전화상담원을 꿈꾸고 있다면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인바운드·아웃바운드 전화상담

전화상담은 걸려오는 전화를 응대하는 인바운드(in-bound)와, 전화를 걸어 마케팅을 하는 아웃바운드(Out-bound)로 구분한다. 경력자들에 따르면 전화상담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업무적 특성은 크게 차이가 있다. 때문에 자신의 적성에 맞는 업무인지를 살펴보고 선택해야 한다. 아웃바운드는 실적을 달성해야 하는 스트레스는 크지만 감정적으로 피해를 입는 일은 많지 않다고 한다. 반면에 인바운드는 실적을 올리는 부담은 덜하지만 무조건 친절하게 응대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를 표하지 못하고 '죄송합니다, 빨리 처리해 드리겠습니다'를 반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감정조절이 필요하다. 때문에 경력자들은 주도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면 아웃바운드 업무를 선택해 대화를 이끌며 마케팅을 하고,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면 인바운드 업무를 맡아 답답한 고객을 달래고 안내하는 일을 수행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지역 내 콜센터 근무형태

대형 콜센터인 KT와 동부화재 원주상담센터, 동아일보 컨택트센터는 근무조건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꼼꼼하게 살펴보는 게 좋다. 학력조건은 KT는 고졸이상, 동부화재원주상담센터는 경력자는 고졸이상, 무경력자는 초대졸 이상이다. 동아일보 켄택트센터는 학력 및 나이제한이 없으며, 업무는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로 나눠져 있다. 다른 두 곳은 인바운드 업무만 수행한다. 또한 초기 교육기간과 상시 교육 및 테스트 등도 3곳 모두 차이가 있다. 급여수준은 비슷하지만 복리후생과 점심식사 및 기타 편의시설 등은 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KT는 114센터, 홈센터, 모바일센터 등 콜센터마다 업무형태 및 근무시간이 조금씩 다르며, 교대근무를 하는 곳이있다. 그밖에 중앙동에 위치한 동부화재 다이렉트자동차보험 원주센터는 아웃바운드 업무만 수행한다.

구미정(38) 씨(KT전문콜센터)

구미정(38) 씨는 10살, 8살, 5살 자녀를 두고 있다. 개소 때부터 교육을 받고 근무를 시작해 1년 가까이 일했다. 구 씨는 전화상담원 일은 처음이지만 그 전에는 몇몇 직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 결혼을 하면서, 또 첫째, 둘째 아이를 출산할 때 일을 그만둬야 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지만 품에서는 떨어질 때가 돼 다시 일을 하기로 마음 먹고 콜센터에 취직했다.

구 씨는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육아 휴직을 냈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그만 두기를 원했다"며 "이곳은 내가 일을 시작하던 채용 당시 임신 중인 여성도 뽑았고, 지금도 같은 파트 직원이 마음 편하게 육아 휴직을 내고 쉬고 있다"고 말했다. 구 씨는 "임신, 출산 등 마음 편하게 휴가를 쓰고 다시 안정적으로 복귀 할 수 있다는 것이 여성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아이가 아플 때에도 배려해 주는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구 씨는 입사 당시 나이가 많은 점이 마음에 걸려 이력서를 넣고도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20대 청년들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때라 나이가 많으면 취직하지 못하는 곳이 많기 때문. 그러나 전화상담원은 크게 나이제한을 두지 않는 것도 좋은 점이란다. 급여도 괜찮고 후생복지도 KT 직원들과 마찬가지 혜택을 받고 있다고. 구 씨는 "사내 볼링 모임에 나가고 있는데 취미활동 친목 동아리 지원을 해줘서 너무 좋다"며 "급여 역시 원주지역에서 기혼여성 급여 치고는 적은 편은 아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또한 KT는 내년에 센터 1층에 사내 보육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구 씨는 "어린이집 개소 계획은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라며 "1층에 어린이집이 생기면 출·퇴근도 함께 할 수 있고, 잠깐씩 얼굴도 보고 일이 있을 때 처리할 수 있어 너무 편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단점이라면 인바운드 형태의 전화상담이어서 자리를 비우기 어렵고, 수동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부분 정도란다. 그러나 각자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큰 어려움이 없어 여성들이 일하기에는 좋은 일자리라고 말했다.

원지희(33) 씨(동부화재 원주상담센터)

(주)동부화재 원주상담센터 역시 인바운드 업무만 담당한다. 결혼 4년차 주부인 원지희(33) 씨는 지난 7월 1기사원으로 취직해 일한지 5개월이 지났다. 원 씨는 이전 직장에서는 7년 간 경리업무를 담당했다. 결혼 후 아이를 임신해 출산 휴가를 냈으나 다니던 회사가 사정이 어려워 문을 닫아 복직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회사를 찾던 원 씨는 마침 동부화재 원주상담센터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해 입사했다.

원 씨는 "처음에는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전화상담원을 잘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고, 그래서 혹시 판매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몇 차례 문의 했었다"며 "해보지 않았던 일에 용기를 냈지만 잘 적응하고 있고, 무엇보다 기혼여성 입장에서 회사 복리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원주에서 기혼여성이 주 5일을 근무하고 이 정도 급여를 받는 곳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동부화재 원주상담센터는 출산 전·후 육아휴직과 임신하면 병원진료를 받도록 '태아반차 휴가제도'를 갖추고 있다. 또한 배우자 생일에는 '배우자생일 반차 휴가제도'도 있다.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일하는 전화상담원을 배려해 전문 안마사를 상주하도록 해 제공하는 '안마시술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원 씨는 "동료직원 대부분이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을 배려한 복리제도를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히 제공받을 수 있는 것 같다"며 "배우자생일 반차 휴가제도와 안마시술 서비스 등을 이용했는데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원 씨는 옆집에 사는 주부도 추천해 함께 일하고 있고, 현재 전화상담원 절반가량이 사원 추천으로 입사했다고 한다.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