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고콜'이라고 아시나요? 살기 참 좋아진 세상이지만 덕분에 잃어버린 것들도 많이 있지요. 고콜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연세 있으신 어르신들은 잘 아시던데요, 예전에 춥디 추운 강원도 산골을 중심으로 방안에 보강지(아궁이)를 만들어 방을 따스하게 했던 일종의 토종 벽난로입니다. 충청도 출신인 저는 부엌 아궁이를 '고쿠락'이라 부르기는 했어도 고콜은 생소합니다. 어릴 적 큰 댁에 가면 할아버지 곁에 화롯불이 있었는데 그런 게 아니네요. 방안에 서양처럼 벽난로가 있었던 것입니다.

"아, 꼬콜이유, 그거 비름빡에 보강지 맹긍거유, 일정때 있었지유". 갑자기 교회 노(老)권사님 목소리가 반짝이며 구성집니다. 들어 보니 옛날이야기처럼 재미있습니다. 고콜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는데요, 방 한구석에다 사람이 앉아서 땔감 지피기에 알맞은 높이에 얄팍한 돌로 자리를 만듭니다.

턱받이를 하면 화덕이 생기겠지요. 도리깨 매는 무푸레나무를 비름빡(벽)에 총총히 대고 천정까지 이어서 진흙을 싸발라 연통을 만듭니다. 그리고 바깥으로는 까치구멍과 연결해서 연기가 빠져 나가도록 한 것입니다.

사람 코처럼 생긴 굴이라 해서 '코골'이라 했다고도 합니다. 여기에 관솔가지를 때서 불을 피우면 설핏한 솔향기와 함께 방안에 훈훈한 기운이 돌았습니다. 무엇보다 송진이 엉긴 소나무 가지인 관솔은 환하게 등불 역할을 했는데요, 한 두 가지 얹으면 금방 화톳불처럼 불꽃이 일어나 어둑한 방안을 홍시빛으로 밝혀 주었답니다. 실로 고콜은 그 옛날 강원도 산간에서 중요한 난방 및 조명 역할도 하였던 셈이지요.

물론 이 보잘 것 없는 불길 하나로 한 겨울 몰아치는 칼바람을 어찌 막을 수 있었겠어요. 밝으면 또 얼마나 밝았겠어요. 잘 못 만들거나 혹은 마파람이 불어서 연기가 방안으로 들어오면 콧구멍이 새카매지고 기침을 해대 애를 먹기도 했답니다.

"벽을 잘 뚫구 연기가 나가게 해야지 자고 나면 코구녕이 새카매졌시유". 그래도 이 가난한 불길 하나 있어 긴긴 겨울밤 외롭지 않았다고 하십니다. 꺼질만 하면 솔가지를 넣고 또 넣고, 흐릿한 불 앞에서 슴벅이는 눈으로 뜨개도 뜨고 겨울 양식을 다듬기도 하고, 쑤시는 삭신을 녹이며 살아내야 할 엄동설한을 그렇게 지샜습니다. 복된 성탄(聖誕)의 계절, 고콜은 이 땅에 오시는 예수님을 닮았다 싶습니다. 고콜이 어두운 방안을 환히 비추듯, 예수님은 그 이름만 불러도 욕심과 죄악의 어둔 마음이 환해 집니다. 고콜이 추운 방안을 따스히 덥혀 주듯, 예수께서 벌거벗은 우리들을 따스히 감싸 주십니다.

"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 있었나니"(요한복음1:9절). 2천년전 첫 성탄도 이렇지 않았을까요, 고콜이 있는 방처럼 따스하고 환하게 마음의 고콜을 지펴 보는 성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