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이 효제윤리(孝悌倫理) 실천에 앞장서고 정신문화 발전에 구심점 역할을 해야

치악산을 호국명산이라 하여 나라에서 향(香)과 축문(祝文)을 내려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하는 동악제을 지냈듯이 원주는 산수대천의 고장으로 자연의 생리에 따라 기질이 길러져, 학문과 절의를 중시한 충절신(忠絶臣),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청백리한 목민관(牧民官), 그리고 황무진과 같은 많은 효자를 길러낸 고장으로 그 중심에는 지난 500여년간 유도진흥(儒道振興)의 요람으로 효제(孝悌)를 실천하고 인(仁)의 도(道)를 완성하여 수기치인(修己治人)의 학문을 통해 대동(大同)의 이념을 구현하고자 하였던 원주향교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유림은 천도(天道)의 도행(道行)을 본받아 인간생활의 법칙인 인도(人道)를 만들어 천도(天道)와 인도(人道)의 합일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 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해 왔습니다. 공부자의 학문이 예로부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대는 변천하여 신교육이 무분별 도입되고, 산업화로 인한 물질만능주의 풍조와 외래문화에 대한 선망과 모방심리로 우리의 전통인 유교사상(儒敎思想)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만고(萬古) 대도(大道)인 도의(道義)와 강상(綱常)이 실추되고 사설폭행(邪說暴行)이 난무하여 패륜(悖倫)이 발생하는 등 사회는 정도를 상실한 채 신음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원주향교는 조선조 500여 년 간 강원도 수부의 수위향교로 많은 명현(名賢)을 배출하여 나라발전에 기여하였으나, 근래에 의롭지 못한 일들로 시민들의 마음에서 이반되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주를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분들의 격려와 헌신적인 협조에 힘입어 원주향교 유림들은 혼란스러웠던 지난 일들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훼손된 유림의 명의를 회복하고 실추된 향교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하여 불철주야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난해는 장구한 세월로 퇴락된 대성전을 276년 만에 해체 복원하였고 올해는 1609년 건축된 명륜당과 동재를 해체 복원하고, 시민들과 더욱 가까워지기 위하여 명륜당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이제 명륜당에서 흘러나오는 경전 읽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명심보감을 끼고 향교 외삼문을 나서는 어린학생들을 보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만학도들이 묵향 속에 진리를 탐구하고, 각설차의 진미를 음미하여 볼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유교는 가정의 윤리를 근간으로 합니다. 오륜(五倫)에 나타나듯이 "부모는 자식을 사랑해야 하고 자식은 마땅히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爲父當慈  爲子當孝)"는 것입니다. 누구나 자식사랑은 가르치지 않아도 잘하나, 부모에 대한 사랑은 아무리 강조해도 실천하기 어렵다는 것이 효를 강조하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실천하기 어려운 효는 "백행(百行)의 근본으로 효자의 가문에서 충신이 나온다(孝百行之本  忠出於孝)"고 하였듯이 현대에서도 효를 실천하는 사람은 글로벌 시대의 존경받는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소양을 갖췄다는 것이 됩니다. 이와 같이 넓은 의미의 효는 인(사랑)을 실천하는 잣대가 되므로 효가 부족하다는 것은 나와 직장과 타인 나아가 나라에 대한 애국심인 충(忠)까지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 됩니다.

이처럼 유교적 전통 윤리관은 가정을 중시하여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전통과 의례가 중심이 되었고, 죽음을 맞는 상례(喪禮)와 제례(祭禮)에서도 효의 연장으로 보고 공경과 정성을 다하였습니다.

앞으로 원주향교는 왜곡되어 가고 있는 유교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민족의 전통과 현대를 잇는 정신적 가교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향교 고유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효제윤리를 실천하여 원주의 정신문화 발전에 구심점이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