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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4. '원주 마을기업' 만들자
자생적 지역커뮤니티 성공사례
2011년 12월 05일 (월)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

커뮤니티 비즈니스 원주도 시작하자

생명사상과 친환경농업을 결합한 과제 원주에 적합
고령화 심화 인력발굴 쉽지 않아 중간지원조직 필요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카츠쵸 마을에 농협직원인 요코이시 씨가 발령받은 것은 1979년이었다. 당시 195가구에 2천여명이 거주하던 이 마을은 사상 최악의 한파로 유일한 수입원이던 감귤나무가 고사하면서 젊은이들은 대부분 도회지로 떠나고, 남은 노인들은 매일 술로 시름을 달래는 절망의 마을이었다.
요코이시 씨는 이 마을에 경제적 안정을 가져다줄 사업을 찾던 중 초밥에 장식된 예쁜 나뭇잎이 마을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것을 알게 됐다. 요코이시 씨는 1987년 할머니 4명과 함께 '(주)이로도리'라는 장식용 나뭇잎 판매회사를 설립했고, 현재는 장식용 나뭇잎 시장의 70%를 점유하면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들은 잊혀진 존재다'라고 생각해오던 90세 할머니가 사다리를 놓고 낙엽을 따고, 83세 할머니가 팩스로 주문을 받고 컴퓨터로 판매를 점검하면서 일을 통해 사람과 연결이 되고, 자신이 사회를 움직이는 일원이라고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이 할머니들의 성공 노하우를 배우겠다는 젊은이들이 일본 전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만 기다리고 있던 주민들에게 버려지던 지역의 자원인 나뭇잎이 황금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경우이다.

주민자치역량 강화에 초점
   
▲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007년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평가해 원주 농업인새벽시장을 최우수 시장으로 선정했다. 2007년 당시 모습.

순천시는 지난 6월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 조례'를 '지속가능한 생활공동체 활성화 조례'로 개정했다. 이 조례는 순천시의 지속가능한 생활공동체를 위해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와 커뮤니티 비지니스 사업의 체계적인 개발과 육성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순천시는 커뮤니티 비지니스를 '지역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지역주민이 주체가 돼 비지니스 형태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업'이라고 정의했다.

커뮤니티 비지니스는 지역적인 것(Community)과 경제적인 것(Business)을 합성한 용어이다. 지역자원을 활용하고 지역주민이 주체가 돼 자발적으로 지역문제에 대처하면서 비지니스로 성립시키는 지역의 활력 만들기이다.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카츠쵸 마을의 사례가 좋은 본보기이다.

순천시의 이 조례는 주민자치센터 활성화에서부터 출발했다고 한다. 단계동, 단구동, 우산동, 귀래면 등 원주의 여러 지역에서도 운영되고 있는 주민자치센터는 주민자치기능을 강화해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원주의 주민자치센터가 이러한 본연의 목적에 충실해 있다면 순천시는 커뮤니티에 비지니스를 결합시켜 새로운 경제순환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원주의 주민자치센터는 지역 문화행사, 전시회, 생활체육 등 문화여가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는 주민자치위원회가 강사를 섭외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문화·복지·여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관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단구동의 경우 주민자치센터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20개 가까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원주시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조례'에 의하면 문화여가기능 외에도 많은 역할이 가능하다. ▷지역문제 토론, 지역행사 통합추진, 자율방재활동 동의 주민자치기능 ▷건강증진, 마을문고 청소년공부방 등의 지역복지기능 ▷회의장, 알뜰매장, 생활정보제공 등의 주민편익기능 ▷평생교육, 교양강좌, 청소년교실 등의 시민교육기능 ▷내집앞 청소 및 마을환경 가꾸기, 불우이웃돕기, 청소년지도 등의 지역사회진흥기능 등을 읍·면·동 실정에 따라 적합한 기능을 특화해 수행할 수 있다. 순천시와 비교해 원주의 주민자치센터는 편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순천시가 커뮤니티 비지니스를 왕성하게 실천할 수 있는 배경은 주민자치센터가 설치된 2004년부터 문화 프로그램 위주의 운영을 지양하고, 주민자치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자치활동에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읍·면·동 별로 '좋은 대학 주민자치 대학'을 개설해 자신이 살고있는 동네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마을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자치역량을 키웠고, 주민들 스스로 찾아낸 마을의 과제를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풀어내는 학습이 그대로 실천으로 이어지게 했다. 이러한 토대를 바탕으로 순천시는 지속적으로 조례를 보완해 커뮤니티 비지니스를 성공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원주의 주민자치센터도 커뮤니티 비지니스를 도입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으나 제도적 뒷받침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커뮤니티 비지니스'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어서 주민자치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아이들에게 농업·농촌을 가르치는 일은 미래의 농업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어떤 것을 할 것인가,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

전북 완주군 안덕마을은 찜질방과 폐광을 잘 활용해 특색있는 관광상품으로 개발한 모범답안과 같은 곳이다. 폐광을 개축해 시원한 동굴을 만들었고, 찜질방은 토속 한증막으로 바꿨다. 여기에 외부인이 숙식할 수 있도록 황토방을 짓고, 주민들이 직접 만든 죽염된장, 죽염간장, 감효소 등 발효식품을 판매해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원주에도 많다. 새농어촌건설운동이나 녹색농촌체험마을, 산촌종합개발사업,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등을 통해 관내 여러 농촌마을에서는 숙박시설이나 족구장과 같은 농촌관광 인프라는 갖추고 있다. 안덕마을과의 차이점은 안덕마을이 꾸준한 소득을 창출하고 있고, 소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관내 농촌마을은 '반짝 효과'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안덕마을은 올해로 사업을 시작한 지 4년차에 접어들었으나 주요사업이 시작된 건 2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이전까지는 어떤 것을 할 것인지,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의 문제로 교육과 현장견학 등에 매진하면서 공동체 구성에 노력했다.

 반면 관내 농촌마을은 정부나 지자체의 공모사업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사업에 선정되면 그 이후엔 크게 고민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공모사업 선정으로 인한 상사업비로 숙박시설을 갖춘 체험관을 짓는 게 다반사였다. 농촌을 찾는 도시민들의 정서를 고려한 프로그램은 차후 문제로 남겨두었던 것이다. 원주는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지리적 측면에서 농촌관광사업은 매우 유리한 셈이다. 그러나 고구마 캐기, 떡메치기, 논모심기 등의 농업·농촌 체험은 비단 원주가 아니더라도 전국 어디서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더구나 타 지자체와 비교해 여타의 관광자원이 나은 편도 아니기 때문에 원주만의 독자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완주군의 지역경제순환센터도 눈여겨 볼만 하다. 민간 전문가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해 설립한 지역경제순환센터는 행정조직과 주민을 연결하는 중간지원조직이다. 이곳에서는 커뮤니티 비지니스를 비롯해 마을회사 육성, 로컬푸드 활성화, 도농순환촉진 등 농촌을 살리고,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는 많은 아이디어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실천을 유도하는 일을 한다. 농업·농촌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데다 공무원의 한계로부터도 자유롭기 때문에 주민들 편에서 각종 정책을 생산하고, 군정에 반영되도록 적극 노력하고 있다.
 

   
▲ 새벽시장을 찾은 시민들. 원주천 둔치의 새벽시장은 관내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거래로 판매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생명사상 적극 활용해야

도농복합시인 원주는 도시와 농촌의 모습을 모두 갖추고 있다. 사실 도시에서는 아파트 입주민이 전체의 70%나 차지하기 때문에 공동체 의식이 떨어져 커뮤니티 비지니스를 실현할 과제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 발굴한다 하더라도 친환경세제 만들기와 같은 공공적 성격이 강한 사업이 가능한 수준이다. 따라서 커뮤니티 비지니스는 농촌에 적합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인구가 꾸준히 감소할 뿐만 아니라 고령화로 치닫는 농촌 현실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원주는 생명도시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장일순 선생의 생명사상과 그 바탕이 되는 동학사상이 살아있던 도시가 원주이고, 고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가 완성된 곳도 원주이다. 치악산 꿩 설화도 생명을 중시한 것이고, 한살림운동도 원주사람들이 사회운동으로 발전시켰다. 전국 최고의 의료기기도시로도 명성이 높은데, 의료기기산업도 생명과 맞닿아 있다. 더구나 생명과 환경을 중시하는 풍토가 널리 확산되는 상황에서 생명사상과 농촌을 결합한 과제가 원주의 농업·농촌에 적합한 커뮤니티 비지니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각종 공모사업을 통해 웬만큼 역량을 갖춘 농촌마을에는 녹색농촌체험관과 같은 농촌관광 인프라는 갖춰져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생명사상을 결합시킨 유기농 밥상과 같은 사업이 커뮤니티 비지니스로 적합할 수 있다. 잡곡과 산나물로 이름난 신림면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유기농 밥상을 차리고, 천혜의 자연을 관광자원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북 완주군 안덕마을과 같은 명품마을을 탄생시킬 수 있다. 고령화가 심화된 현재의 농촌에서는 이같은 사업을 선도할 마을지도자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와 같은 중간지원조직을 구성하는 방안도 고민해볼만 하다.

순천시가 100% 순천제품만 판매하는 순천만공예특산품관과 같은 시설도 필요하다. 순천만공예특산품관은 그 어렵다는 'China Free(중국산 제품 없음)'가 실현되는 현장이다. 오직 순천에서 만들어지고, 순천을 상징할 수 있는 품목만 있다. 농작물은 순천만 인근에서 무농약으로 재배된 것이며, 순천시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다. 원주천 둔치의 새벽시장도 관내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거래로 판매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그러나 농작물에 국한되며, 1차 생산품만 판매하기 때문에 2차 가공품과 특산품 등을 판매하는 규모화된 시설이 아쉬운 실정이다.

   
▲ 회촌 김장축제장을 찾은 부녀. 매지리 회촌마을은 문화역사마을가꾸기 사업에 선정된 후 회촌영농조합법인을 설립,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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