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1999년부터 새농어촌건설운동을 시작한 이후 원주에서는 14개 마을이 우수마을로 선정됐다. 우수마을로 선정된 마을들은 상사업비로 5억원을 지원 받았다. 원주시가 우수마을 심사에서 탈락한 마을에 지원한 격려금 5천만원까지 합하면 지금까지 새농어촌건설운동에 참여한 마을에 79억5천만원이 지원됐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주관하는 일반농산어촌 개발사업에 참여해 지원받은 예산도 엄청나다. 올해 선정된 소초치악산권역, 지정면소재지권역, 새싹지구 등 3곳을 포함해 지금까지 6곳이 선정됐으며, 이들 마을이 지원받은 예산은 466억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녹색농촌체험마을, 산촌생태마을 조성사업 등 농촌 활력화를 위한 사업에도 참여해 많은 예산을 지원받았다.

원주시는 2000년대 초부터 도농복합도시이면서 수도권과 가깝다는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농촌관광을 포함한 농촌 활력화 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농촌마을 단위로 실시되는 공모사업에서 원주시가 도내 타 지자체에 비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마을주민들을 설득해 공모사업에 도전장을 내도록 하는 일부터 지도사업, 컨설팅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한 결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문제는 반짝 효과로 그치는 마을들이 많다는 것이다.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 마을에 활력이 넘치고 뭔가 변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막상 선정되면 상사업비로 체험관 등 건물을 짓거나 외형적 변화에 투자하고 활력이 넘치던 마을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 농촌활력화 사업을 통해 지원하는 상사업비는 사실상 종잣돈이다. 종잣돈을 잘 활용해 지속적인 효과를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호저면 매호리, 흥업면 대안리 등은 이러한 취지를 잘 살려 변화를 이끌어낸 대표적 마을이다. 그러나 그렇치 못한 마을들이 더 많다.

이유는 농촌마을 대부분이 고령화로 인해 농촌 활력화사업을 주도할 사람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공모사업을 준비하는 기간에는 원주시 공무원들이 수시로 마을을 방문해 도움을 주지만 선정되고 나면 스스로 풀어가야하는데 이를 이끌어갈 역량이 부족한 것이다.60대가 청년 소리를 듣는 농촌마을에서 자율적으로 농촌관광사업을 활성화 시키기는 쉽지 않다. 농촌관광 마을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시책도 문제가 있다. 이곳저곳에서 유사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다보니 결과적으로는 경쟁력만 약화시키고 있다.
이같은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로 자문단을 운영하거나 마을별로 기획력을 갖춘 인력을 배치해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한 마을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지속적으로 주민들을 독려하고 관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원주에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명품 농촌관광 마을이 탄생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