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에게 '노인성난청'이라고 진단을 내린 다음 설명을 시작하면 실망스런 표정을 짓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서히 청력이 떨어지는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쉽게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억울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의학의 발전으로 평균 수명이 늘고,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노인성난청 환자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65~75세 인구의 35%가 난청이 있으며, 75세 이상에서는 50% 이상이 난청을 갖고 있을 만큼 난청은 흔한 질환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총 인구의 10%를 넘겼으며 2050년에는 거의 4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확히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환자에게는 최선일 것이다.

노인성난청은 소리를 듣는 청각세포가 손상되거나 소리를 뇌로 전달하는 청신경의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데 환자들이 난청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성 난청의 몇 가지 특징을 소개함으로써 환자나 가족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첫째, 노인성난청은 일반적으로 양측에서 나타나고 청력감소 정도가 양측이 비슷하다.

둘째, 고음을 잘 못 알아듣는다. ㅅ, ㅊ 등의 자음이 들어간 단어를 잘 못 들으며, 남자목소리 보다는 여자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ㅅ, ㅊ 은 고음에 해당하는 자음이고 여자목소리 또한 남자목소리보다 고주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셋째, 소리가 들리지만 무슨 소리인지 분별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성 난청 환자의 경우 다른 사람의 말소리가 중얼거리는 것처럼 들린다는 표현을 자주 하는데, 이는 소리를 분별하는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소음이 있는 공간이나, 여러 명이 동시에 이야기를 할 때 알아듣기 더 어려워진다. 마지막으로 노인성난청은 서서히 진행되고 나이가 들면서 더욱 악화된다. 따라서 노인성난청이 의심이 된다면 이비인후과를 찾아 다른 질환이 있는지 살피고 정기적으로 청력을 측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